박근혜 대통령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제안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 <기조연설 전문>??????????????????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유라시아 시대의 협력비전을 함께 논의하기 위한 이번 국제 세미나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세미나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열기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인구의 약 71%가 살고 있고,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2개의 시간대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의 단일 대륙입니다.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유라시아는 고대 문명의 요람이었고, 실크로드를 통한 교류와 협력으로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끌어 왔습니다.
동양의 제지와 도자기 기술을 서양에 전하고, 서양의 역법을 동양으로 전하는 문명의 교류와 융합을 통해 과거 유라시아 대륙은 ‘소통과 개방, 창조와 융합’의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는 그 유라시아 길의 동쪽 출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서 냉전체제라는 현대사의 그늘로 인해 한동안 유라시아는 ‘하나의 대륙’이라는 연계성과 역동성을 살리지 못한 채 고립과 단절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유라시아 대륙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서유럽과의 장벽을 허물고 활발한 교류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교통 인프라의 건설은 운송비 절감과 에너지, 광물자원, 농산물의 보다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만일 교역장벽을 단계적으로 허물면서 유라시아 지역이 자유무역지대화 되어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된다면, 유라시아는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처럼 거대한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 유라시아 건설은 단순한 이상과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입니다.
우리에게 펼쳐지는 새로운 유라시아는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대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라시아 경제권의 동쪽 출발점이자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관문인 한반도의 분단은 유라시아 교류협력에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양으로의 진출이 제한된 일부 내륙국들은 대외 교역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럽경제에 의존해 온 일부 유라시아 지역은 유로존 위기에 따라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유라시아에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어 협력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단절과 고립, 긴장과 분쟁을 극복하고 소통과 개방으로 평화롭게 교류하며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 가는 몇 가지 방향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유라시아를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다시 연결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유라시아 내 끊어진 물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교류를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유라시아 동북부를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는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유럽까지 연결해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새롭게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와 연계해서 유라시아의 동쪽 끝과 해양을 연계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이 공존하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역내 전력망, 가스관, 송유관을 비롯한 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하고, 중국의 셰일가스, 동시베리아의 석유?가스 등을 공동개발하는 윈윈의 유라시아 에너지 협력을 추진해야 합니다.
유라시아 지역의 물류, 에너지 네트워크 강화는 물류비용 절감과 전세계적인 무역 활성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안정을 통해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유라시아 교통 및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그간 막혀있던 물꼬를 열어 내륙 유라시아와 한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까지 참여하는 유라시아 경제권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물리적 장벽 못지 않게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극복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유라시아 지역은 서쪽으로는 EU, 남쪽으로는 ASEAN(아세안), 태평양 건너에는 NAFTA(나프타) 등 단일시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중-일 FTA 등 무역자유화 논의를 가속화하고, 이를 RCEP(알셉), TPP(티피피) 등 유라시아 역내외를 아우르는 무역협정과도 연계한다면 거대한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물류, 통상, 에너지 인프라의 토대 위에서 한국과 유라시아 국가들이 서로의 비교우위를 결합해 나간다면, 공동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둘째, 유라시아를 ‘창조의 대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유라시아인들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되고 산업과 기술 그리고 문화가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그 바탕 위에 새로운 경제가 창출되고,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지는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이미 유라시아 주요 국가들은 국민들의 창의성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으로 보고 이에 기초한 경제혁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주체들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과학기술과 ICT를 접목하고, 융복합을 촉진해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혁신경제, 중국의 자주창신(自主創新) 등도 국민들의 창의성과 과학기술, IT를 핵심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창조경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별국가 차원의 창조경제 추진 노력을 한 데 모으면 그 시너지는 대단히 클 것이고, 유라시아 지역을 전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유라시아 협력의 핵심인 에너지?물류 네트워크도 스마트 그리드나 위성을 이용한 컨테이너 위치 추적장치 등 첨단 정보통신과 접목할 때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인들이 창조경제의 공통 비전을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기를 기대합니다.
문화와 인적교류도 확대해야 합니다.
유라시아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면서 미래 비전을 논의하고, 빈곤과 환경오염을 비롯한 역내문제 해결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유라시아 청년들의 교류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과 복식, 언어와 음식 등 다양한 유라시아 문화의 뿌리를 찾아 유라시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를 통해 마음을 열고 상호 이해를 넓혀가야 합니다.
영화제, 가요제 등 최신 대중문화 행사나 패션쇼, 스포츠 행사 등을 통해 유라시아의 문화를 새롭게 창조해 가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셋째, 유라시아를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은 유라시아의 경제통상과 문화교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며,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 세계는 전통적인 안보 이슈 외에도 핵 안전, 자연재해, 기후변화와 같은 다양한 안보 이슈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한반도의 평화는 유라시아는 물론 전 세계 평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물류, 에너지, 인적교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협력 과제들이 남북관계의 안정과 북한의 개혁 개방 없이는
풀어가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한 간의 신뢰 형성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북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러시아의 극동지역, 중국의 동북 3성, 남·북·러, 남·북·중 3각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동북아국가들이 기후변화, 자연재해, 핵 안전, 사이버협력 등 연성이슈부터 시작해 대화와 협력을 축적해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자는 구상입니다.
두 구상 모두 신뢰 형성이 협력의 전제라는 인식 아래, ‘합의의 성실한 이행’과 ‘국제규범에 입각한 행동’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유라시아 모든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적극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먼 옛날 유라시아의 우리 조상들은 험준한 산길과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교류하면서 인류 문명에 큰 빛을 던져 주었습니다.
오늘의 유라시아를 살고 있는 우리도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열기 위한 힘찬 도전의 길에 함께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번 유라시아 컨퍼런스가 그 도전의 힘찬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하나의 유라시아’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