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1년 전 KAL기 격추 때를 기억하시오”
말레이기 피격 러 대응, 옛 소련과 ‘닮은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이 1983년 대한항공(KAL) 여객기를 격추했을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구소련이 KAL기 격추사건 당시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국제조사에 협조를 꺼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번 여객기 피격이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반군의 소행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책임을 미루고 있고, 반군 역시 추락현장을 장악한 채 외부 조사를 방해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라드첸코 부교수는 31년 전 KAL기 피격으로 269명이 사망했을 때 구소련이 KAL기의 착륙을 도우려던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일주일도 안 돼 결국 요격을 인정했고 미사일 발사에 앞서 경고사격을 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또 구소련이 사태수습 과정에서도 외국 수색함의 사고현장 접근을 막고 승객의 유류품을 거두려는 일본 순시선으로부터 무기를 빼앗는 등 비난을 자초한 점도 거론했다.
그는 지금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객기 피격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군 소행일 가능성을 외면해가며 공범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드첸코 부교수는 “돌이켜보면 KAL기 격추는 구소련 시스템의 도덕적 파산을 드러내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심화시켜 구소련 몰락의 시초가 됐다”면서 이번 피격 사건도 러시아에 일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서구와 러시아의 관계가 KAL기 격추 이래 최악”이라며 “이번 비극이 서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쪽으로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돌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개혁개방의 상징인) 고르바초프와 마찬가지로 푸틴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