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리의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팔레스타인에겐 ‘재앙의 날’

작년 필자가 사는 인근 마을(기밧 쉬무엘, Giv'at Shmuel)에서?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렸다.

얼마 전 4월 15일은 욤 하아쭈마웃(Yom Ha’atzumaut),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이었다. 국경일로 지키는 휴일로 8일 전 홀로코스트 기념일부터 시작해, 전몰군경 기념일을 지나 독립기념일까지 이어지는 유대국가 수립을 기념하는 기념주간의 마지막 날이다.

각 도시별로 기념행사가 열렸다. 인구가 1만5000명도 안 되는 내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도 밤새 폭죽이 터지고 축제가 열렸다. 보통 마을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연극, 리듬체조, 연주, 합창 등을 준비해 공연했다.

기념행사는 독립기념일 다음날까지 이어져 각지에서 축제와 공연이 펼쳐졌다. 각종 박물관 무료 개방행사와 군부대 개방행사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특별히 이 기념일을 축하하는 방법은 바로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것이다. 연휴는 물론이고 주말이면 어디서든 바비큐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이 날은 사람들이 ‘National BBQ Day’라고 부를 정도로 모든 이들이 바비큐를 하기 위해 조그마한 장소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휴대용 불판을 꺼내 고기를 굽는다.

우리 부부도 바비큐 고기를 사기 위해 인근 아랍 마을의 고기가 좋기로 소문난 정육점에 들렀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카트 한 가득 고기를 담고 계산대에 줄 서있는 이들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선 이방인의 입장에서 궁금함이 들었다. 이스라엘 인구 중 20%인 160만 명은 아랍계 이스라엘인(Arab-Israeli)이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58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산다.

과연 이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은 이스라엘 초대 수상인 다비드 벤 구리온(David Ben-Gurion)이 이스라엘 국가(State of Israel)을 선포한 1948년 5월 14일을 기념한다. 이 날은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재앙의 날이다. 영국령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과 아랍인의 국가 팔레스타인으로 나누기로 한 국제연합(UN)의 분할안을 아랍연맹이 거부한 이후 벌어진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집과 고향을 떠나 곳곳으로 흩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나라를 빼았긴’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과 대부분의 아랍-이스라엘인들은 이 날을 재앙의 날, 안-나크바(An-Nakba)라 부른다. 공식적으로는 5월 15일이지만, 유대력에 따라 날짜가 변하는 이스라엘 건국기념일에 맞춰 그 다음 날 기념한다. 이스라엘에게는 기쁨의 축제이지만, 팔레스타인에게는 슬픔의 추도일이다.

1948년 당시 팔레스타인 난민의 피난 장면 <사진=위키피디아>

금방 다시 돌아올 줄 알았던 집과 고향이 사라진 지금, 그 당시의 난민들과 그 후손들은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 등에 흩어져 디아스포라를 겪고 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의 형편도 다르지 않다. 점차 팔레스타인의 영토는 확장돼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때문에 좁아져 가고, 마을과 마을 사이의 통행은 단절되고, 수시로 테러 보복 공격에 희생자가 발생하고 또 의심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이 감옥에 수감된다.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인들도 그다지 나을 바 없다. 유대인에 의한 유대국가를 표방하는 이스라엘에서 영원한 2등 시민으로의 삶을 사는 수밖에 없다.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독립을 기념하는 것처럼 기쁘고 활기찰 수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홀로코스트를 기념하고 독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숨진 군경들을 추도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머리 숙여 묵념을 하는 공식적인 행사도 없다.

시위가 벌어지고 누군가는 총에 맞아 숨지고 다음 해에는 그들을 위해 다시 시위가 벌어진다. 2011년 안-나크바 때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레바논, 시리아의 난민들까지 모두 국경 또는 분리장벽과 휴전선을 향해 행진했다. 진압 과정에서 1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의 축제에 재를 뿌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행복과 자유가 타인에 대한 억압의 산물이라면, 한 순간이라도 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물론 국가를 세우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비극이 벌어졌다. 미국의 흑인과 인디안이 그렇고 호주의 어보리진(Aborigine)이 그렇다. 또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서 7월 4일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을 다 같이 축하할 수 있고, 호주에서 1월 26일에 오스트레일리아데이(Australia Day)를 함께 즐기고, 더군다나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뒤 처음으로 행해진 자유선거일인 4월 27일을 기념하는 남아공 독립기념일(South African Freedom Day)을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진정한 평화 공존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을 모든 이스라엘 -그리고 팔레스타인- 국민이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그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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