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65주년] ②이스라엘 ‘탈피오트’, 한국군 개혁의 모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스라엘 젊은이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군에서 의무 복무를 한다. 최근 이스라엘의 유명한 특수부대인 탈피오트를 예로 들어 우리나라도 자발적인 복무연장을 할 정도로 군이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한 신문기사를 읽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 모두 18세가 되면 징집 대상이 된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을 복무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바로 초정통파 유대교 종교인과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이다. 초정통파 종교인 남자들은 ‘신성한 토라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군대를 거부하고, 종교인 여성들은 ‘남성 앞에 나서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사회봉사 대체복무로 대신하며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아랍계 시민들은 유대인에 의한 유대인 국가(Jewish State)를 표명하는 이스라엘 정부 입장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맏기는 격’이기 때문에 징집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베두인족이나 드루즈족, 또는 크리스천 아랍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군대에 입대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군대, 정말 모두가 가고 싶어 할까????

이스라엘 남성의 징집률을 보면 2011년 자료로 75%이다. 이는 ‘유대인’ 이스라엘인만 대상으로 한 것으로 종교인은 포함하지만 아랍계는 포함하지 않는다. 즉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를 제외한 80%가 대상이고, 그 중 초정통파 종교인이 16%를 차지하므로 결국 대부분의 세속적인 이스라엘인들은 대부분 군대에 간다고 볼 수 있다.

면제 사유를 좀 더 들여다보면 초정통파 종교인들이 13%, 해외 거주 3%, 학력미달 3%, 심신미약 6%이다. 2007년 자료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7년에는 27.7%가 면제를 받았는데 이 중 11.2%가 종교인, 7.3%가 심신미약, 4.7%가 범죄사실 기록 보유, 4.2%가 해외 거주 사유로 면제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면제 사유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심신미약에 관련된 부분이다. IDF에서 발표하는 자료에서 명확한 사유를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이 범주에 속하는 면제자들 중의 일부는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군대를 거부하는 징집 대상자들이 ‘정신적 문제가 있음’으로 판정 받아 군을 면제 받는 경우가 있다. 이를 ‘회색 거부자(gray avoidance)’라고 칭한다. 법적으로는 징병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구금형에 처해지지만 실제로는 많은 징집 거부자들이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심사 결과에 따라 징병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역 군 복무율(91.5%)*과 비교해 볼 때 종교적, 정치적 사유로 법적으로 면제받은 이들을 제하면 크게 낮은 수치는 아니다. 일부 반전 단체 등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복무율을 따져 50%가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현실에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 본인은 물론 후손들의 병역 이행 여부가 중요한 인사 판단의 기준이듯이, 병역의 의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개인의 신념에 의해 거부하는 사람도 있고, 군대를 가기 싫어서 이런저런 꼼수를 써서 안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역, 보충역, 2국민역까지 제하고 남는 병역면제율은 1% 밖에 안 된다는 통계 수치를 보면 싫든 좋든 병역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서 여겨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어떨까? 앞서 ‘회색 거부자’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스라엘에서도 대다수 국민들에게 병역은 당연한 의무로서 인식되고 있다. 4년 간 살면서 주변에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본 경험이 없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인사장교, 정보병(그래서 유대인인데도 아랍어가 유창하다), 전차장교, 일반 보병, 교육 장교, 수송기 조종사 등 다양한 군 경력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서 신규 직원을 뽑기 위해 이력서를 받아보면 항상 군 경력 사항이 빠지지 않는다. 한편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군 경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자연스레 배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회지도층은 더 엄격하다. 이스라엘에서 군대를 안다녀 온 사람이 고위 공직에 올라가는 경우는 사례가 없다.

<디펜스 21>에서 김수빈 기자가 인용한 이갈 레비 교수의 LA 타임즈 인터뷰에는 “과거에 비해 젊은 이스라엘인들이 덜 애국적이라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중산층에서 군 복무와 전투 병과를 회피하고 있다는 현상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서 대표적인 중산층이자 세속적 유대인들이 사는 텔아비브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는 다르다.

텔아비브 교육청에서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텔아비브 내의 비종교적 학교의 1992년생 남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군 입대율을 조사한 결과 95%에 달했다. 전투 부대 입대율은 38%로 전국 평균의 33%를 넘었다. 장교 과정 입대도 7%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중산층이 군대 문제에 있어 비판적인 이유는 애국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종교인에 대한 불평등이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안간 이들이 비판받는 이유가 애국심의 유무를 떠나 “나는 가서 고생했는데 너는 왜 안가냐”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듯이.

징병에 대한 종교인과 세속인과의 갈등???

현재 이스라엘에서 뜨거운 감자인 종교인의 군 복무 문제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더욱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종교인의 군 복무 면제는 ‘Tal Law’라는 특례법에 의거하여 보장되어 왔는데, 이 법이 한시법으로 작년 8월에 대체 법안을 입안하지 못한 채 만료되고, 올 1월 말에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세력이 약해진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 당이 종교인 정당을 배제하고 이번 선거에서 득세한 중도파와 연립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중도파의 대표적인 정당인 예쉬 아티드 당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는데, 종교인의 군 복무 의무화 추진이 연정 구성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텔아비브 등지의 세속적 유대인들 지지를 등에 업은 이유 중 하나이다.

세속적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초정통파 종교인들이 일도 안하고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가면서 생활하고, 극단적인 종교적 율법을 적용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사고(작년에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이유로 한 소녀에게 침을 뱉고 폭언을 퍼부은 사건으로 대대적인 종교인 규탄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가 일어나는 등 종교인들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다. 게다가 자신들은 다 가는 군대를 종교인들은 율법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징병을 거부하니 좋게 볼 리가 없다.

이런 세속적 유대인들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일화가 있다. 길가에서 한 군인과 한 종교인이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 차가 와서 서더니 군인만 태우고 가려고 하자 종교인이 와서 “나도 태워달라”고 하자 운전자는 “나는 군 복무를 하는 사람만 태워줍니다”라고 했다. 종교인이 “나는 하느님의 군대에 복무한다”라고 말하자, 운전자가 “그럼 하느님께 태워달라고 하쇼!”라고 하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다.**

탈피오트는 정말 모두가 선망하는 부대인가??

탈피오트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 중에서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뤄 한 해에 50~60명을 선발하는 이스라엘군의 우수 인재 확보 프로그램이다. 이스라엘공군과 무기기술산업발전위원회가 후원하고 교육은 이스라엘의 최고 명문대학인 히브리대가 주관한다. 이들은 히브리대에서 물리, 수학, 컴퓨터공학 등의 전공과목을 40개월간 공부하고 과학학사(Bsc)학위를 받고 소위로 임관한다. 일반 현역병의 의무 복무기간인 3년에 6년을 더해 총 9년간 의무복무를 한다. 대다수가 이스라엘군이나 방산업체에서 연구요원으로 복무하지만 자원에 따라 전투부대로 배속될 수 있다.

앞서의 기사를 비롯, 책 <창업국가>, 그리고 기타 다수의 매체에서 탈피오트는 ‘특수부대’라고만 소개했다. 하지만 위 소개 내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는 따로 사관학교가 없는 이스라엘에서 우수 인력을 장교로 선발하여 운용하기 위한 일종의 ‘사관후보생’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우리나라의 의무복무와 비교하며 ‘복무 기간이 긴 특수부대일수록 인기가 높다“라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사관학교 입시 경쟁률과 비교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 사관학교의 입시 경쟁률이 높은 건 다른 이유가 더 크겠지만).

즉 “우리 군을 IDF처럼 벤처 인큐베이터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1년에 50여명에 불과한 탈피오트를 이스라엘군 전체로 확대 해석한 오류이다. 이스라엘에서도 나머지 군인들은 우리나라처럼 일반적인 군 생활을 한다. 실전 경험이야 더 많겠지만.

물론 탈피오트 출신의 인재들이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을 이끄는 원동력 중에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탈피오트의 사례를 우리나라 군 개혁의 모델로 삼고자 한다면, 군에서 주도적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탈피오트와 같은 소수정예의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이유는 군에서 필요한 모든 시스템 구축을 비롯, 신무기 및 기술 개발 연구 등의 과제를 군에서 직접 수행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개발은 외주를 주고, 대부분의 무기체계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 하더라도 군에서 활용할 만한 곳이 없다. 우리 군의 현 모습은 거대한 소비 집단일 뿐, 창조 집단이 아니다. 그래서 군에서 배울 것이 없고, 군에서 배운 것은 사회에서 쓸 데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삼군 사관학교와 다양한 장교 선발과정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매년 수백 명씩 선발하고, 장교 복무 중에 외부 교육기관의 위탁교육을 통해 유수의 석박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군에서 배운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기술 개발을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 탈피오트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 정확히는 징병 검사를 통한 현역병 판정 비율이다.
** 최근에 출판된 <경제기적의 비밀,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왕국이 됐을까 / 이영선 저>에 수록된 내용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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