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리의 이스라엘] 스타벅스는 시오니스트 기업?
반유대주의 사이트가 ‘하워드 슐츠 편지’ 조작
혹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는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스타벅스를 피해 다른 커피숍을 찾지는 않는가? 다름 아닌 스타벅스가 이스라엘을 후원하고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데 자금을 대고 있다는 루머 때문에.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를 언급하지 않아도 반유대주의의 역사는 길고도 여전하지만,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반유대주의는 반이스라엘주의로 연결됐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으면서 벌어지는 억압과 폭력은 반유대-반이스라엘 운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됐다. 특히 2000년 2차 인티파다를 계기로 평화운동가 및 아랍사회 중심의 이스라엘 소재, 또는 유대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당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터넷 사용에 힘입어 널리 확산됐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이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그리고 청바지로 대표되던 미국 문화의 새로운 첨병으로 등장한 스타벅스가 중동 국가를 포함한 전세계로 확장되어 가면서, 스타벅스에 씌워진 ‘시오니즘 지원 회사’의 이미지는 큰 타격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됐다.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hultz)가 직접 고객들에게 작성했다고 전해진 이 편지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친애하는 스타벅스 고객 여러분,?
가장 먼저 스타벅스가 오늘로써 64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게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중략) 여러분이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모든 라테와 마끼아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친밀한 동맹 관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은 제가 이스라엘의 장기간 PR 성공을 거둔 공로로 ‘이스라엘 건국 50주년 기념 시온의 친구들 공로상(The Israel 50th Anniversary Friend of Zion Tribute Award)’을 받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마시는 초콜릿칩 프라푸치노는 절실히 요구되는 인티파다를 보는 이스라엘의 시각과 함께 그들을 대표하기 위해 북미와 이스라엘의 학생 프로젝트 후원에 사용됩니다. (후략)”?
앞 부분만 간략히 번역했지만 이어지는 내용도 마찬가지로 반 유대주의에 저항하겠다는 등 여러분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마실 때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을 돕는다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 편지는 반유대주의 블로그인 집페디아(Ziopedia)에 실린 가짜 편지였다. 이 편지를 작성한 앤드류 윙클러(Andrew Winkler)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자신들이 반유대주의(Anti-Sematism)가 아닌 반시온주의(Anti-Zionism)을 표방한다고 하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등 단순히 시오니즘 운동에 반대하는 단체로 볼 수 없다(이 내용은 Ziopedia의 About 메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스파이크(Spiked)의 편집자인 브라이언 오닐(Brian O’neil)의 기사에는 그 편지가 앤드류 윙클러 자신이 조작한 내용이라는 것을 나중에 밝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편지는 나중에 인마인드(Inmind) 등의 보이콧 페이지에서도 근거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삭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편지는 한국을 비롯 인터넷 세계에서 여전히 떠돌고 있다.
또 하나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그가 아이쉬 하토라 예루살렘 펀드(Jerusalem Fund of Aish HaTorah)에서 수여하는 ‘The Israel 50th Anniversary Friend of Zion Tribute Award’를 수상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현재는 해당 수상 내역이 빠진 채로 공개돼 있다. 회사 차원의 수상 경력만 기술한 내용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되어 있지만(하단 ‘Recognition’ 항목 참조), 앞서 언급한 인마인드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2001년 5월 2일자의 웹아카이브에서는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 이스라엘에?진출했다가 2003년 철수?
또한 예루살렘 펀드 홈페이지도 지금은 폐쇄되어 있지만 웹아카이브를 통해 수상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인마인드나 위의 집페디아의 가짜 편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한 공로로 “The Israel 50th Anniversary Friend of Zion Tribute Award” 상을 수상했다고 나오지만, 그 상은 정치인들이 수상했고, 실제로 하워드 슐츠가 받은 상은 “Israel 50th Anniversary Tribute Award”로 다른 상이다. 다른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유대계 미국 사업가들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The Israel 50th Anniversary Friend of Zion Tribute Award” 상은 1970년대 소련이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주를 금지하자, 이에 이민의 자유를 지지하는 국제적 운동이 확산되었고, 당시 미 정치계에 로비 등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한 미 정치인들에게 예루살렘 펀드 조직 차원에서 수여한 상이다. 그리고 “Israel 50th Anniversary Tribute Award” 상은 이스라엘 건국 50주년이 아닌 다른 해에는 “Theodor Herzl Award”라는 이름으로 수여된 상으로 미국 등지에서 성공한 유대인들에게 주는 상이다.
즉, 교묘하게 “이스라엘 건국 50주년”이라는 성대한 타이틀을 내세우고, 다른 상과 바꿔치기해서 하워드 슐츠가 미국-이스라엘 동맹에 후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앞서의 내용들을 살펴볼 때, CEO 하워드 슐츠가 유대인이라는 것 말고는 스타벅스가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군(IDF), 또는 시오니즘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도 보도자료로 스타벅스는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 군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배포하고 있다.
지금도 스타벅스는 이 루머가 한창 퍼질 때 군중들에 의해 테러를 당했던 레바논, 이집트 등을 포함한 10여개 무슬림 국가에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참고로 스타벅스는 이스라엘에 출점했다가 2003년에 장사가 안 돼 사업을 접었다.
이를 두고도 정치적인 이유로 사업을 철수했다는 말이 많지만 이스라엘에서 경험해 본 바, 이스라엘은 외국 외식 브랜드가 자리잡기 정말 힘든 곳이다. 인구 등 사업 규모도 작을 뿐더러 유대교 정결법인 코셔(Kosher)와도 관련이 있고 특히 커피 체인점의 경우 막강한 로컬 브랜드들이 있어 스타벅스 뿐 아니라 커피빈(Coffee Bean & Tea Leaf)도 사업을 철수했고, 다른 브랜드들은 들어올 엄두도 내지 않는다.
스타벅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이스라엘의 정책에도 반대하지만, 사실이 아닌 이유로 반유대주의로 엄한 회사를 공격하는 것에도 반대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스라엘인들이 또는 모든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억압 정책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인이란 이유로, 유대인이란 이유로 싸잡아 비난받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에서라도 이 글을 장시간 고민하고 또 자료를 찾아가며 작성했다.
음 … 편지가 조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