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65주년] ①이스라엘, 빛과 그림자
이스라엘이 4월 15일 건국 65주년을? 맞는다. 이스라엘은 최근 박근혜 정부가 ‘창업국가 코리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나오면서 주목받는 나라다. 이스라엘은 원조 ‘창업국가’다. 이번 정부의 핵심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선된 윤종록 2차관은 책 <창업국가>를 번역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이스라엘 빛과 그림자? ② 탈피오트, 과연 우리나라 군 개혁 모델인가?
③ 이스라엘 잠재된 위험 동예루살렘 ‘성전산’ ④ 아이디어 반짝이는 ‘스타트업’ 2선
⑤ 텔아비브 화이트 시티, 아코…?세계유산 여행? ⑥ 팔레스타인에게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늦은 오후. 팔레스타인 유대인 지역은 긴장과 동시에 기대에 가득찬 고요가 감돌고 있었다. 북부의 옛 도시 사파드에서 남부 네게브 사막의 황무지에 이르기까지, 구 예루살렘의 꾸불꾸불한 골목길에서 새 도시 텔아비브의 햇빛 내리쬐는 광장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 곳곳의 65만 유대인들이 라디오 주위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정각 오후 4시, 잡음을 뚫고 그들의 오랜 지도자 다비드 벤 구리온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노전사(老戰士)는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유대민족의 민족적, 역사적 권리와 국제연합의 결의에 의해 우리들은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를 수립하고, 그 나라를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을 선포한다.”
4월 15일. 히브리력에 따라 이스라엘이 독립한지 65주년 되는 날이다.
이스라엘은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다시 생긴 유일한 국가다. 나라 없는 민족이 겪었을 고난은 컸다. 다시 돌아온 이스라엘도 적국으로 둘러싸인 화약고였다. 힘겹게 돌아온 이스라엘서 살아가기 위해선 위험한 지역을 안전한 곳으로, 척박한 땅을 비옥한 토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사람 뿐. 다행히 사람들은 근면하고 창의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65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죽었던 언어를 살렸으며 인구가 건국 당시보다 13배 늘었다. 최대도시인 텔아비브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신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창업국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회사가 유럽 대륙 전체보다 많다. 2009년 5월 기준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의 경우 나스닥 상장사가 2~6개인 데 비해 이스라엘은 63개다. 2008년 벤처캐피탈 투자 액수는 미국보다 1인당 2.5배, 유럽 30배, 인도보다 350배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세계 최고다.
이스라엘은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도 강국이 됐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로비단체들을 앞세워 국제 정치 무대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책 형성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약속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이스라엘만큼 외교적인 능수능란함과 군사력을 결합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사례는 보기 드물다.
세계 금융계의 거장 앨런 그린스펀,?MS의 빌 게이츠를 비롯해 스티븐 스필버그, 우디 앨런, 앨빈 토플러 등의 유대계 저명 인사들은?든든한 우군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은 3만1000달러(2011년), 핵무기와 첨단 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은 덩치가 큰 아랍 국가들이 넘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높아진 이스라엘의 국가적 위상으로 건국 당시 전쟁을 일으켰던 이집트와 요르단과 평화협정을 맺었고 이후 카타르와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전멸에 대한 두려움, 힘으로 막아내려?안간힘??
그러나 건국 65주년을 맞은 지금 이스라엘은 기로에 서 있다. 주변에 수많은 적을 둔 태생적 환경 탓에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처하면서 자국의 안보 이기주의에 너무 몰입해 보편적 정의를 등지는 길을 걸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멸에 대한 영원한 두려움이 힘으로 이를 막아내려는 심리로 발전했다.
UN 등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등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에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여전히 팔레스타인 땅을 부패한 통치 방식으로 점령하고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 점령지를 유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골란고원도 화약고다. 1979년 캠프데이비드협정에 의해 넘겨줬어야 할 골란고원을 수자원, 군사적 요충지란 이유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최근 유엔 평화유지군 21명이 시리아 반군에 납치돼 시리아 내전이 골란고원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인 도전도 만만치 않다. 건국 당시 이스라엘은 비교적 단일 인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지금은 세속적인 유대인과 소외된 아랍 소수인종, 다산으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고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는 극보수 유대교 커뮤니티, 시오니즘을 강조하는 종교적 민족주의자, 옛 소련에서 온 이민자, 소외된 에티오피아인, 그리고 중동 북아프리카 출신의 저소득 유대인들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변했다.
슐로모 벤아민 전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한 신문 기고에서 “이스라엘의 국가적 의식은 아직 홀로코스트에서 벗어나 완전한 독립국가로 진화하지 못했다. 현재 이스라엘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항상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 과거 지도자들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대재앙이었다. 70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으로 흩어졌다. 지난달 5일 서안지구에서 유태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위해 헌신하다 작고한 유대교 랍비 메나햄은 희망의 증거다. 그가 살아 생전에 한 말이다.
“아랍인과 유대인 모두에게 중요한 종교적 속성이 없이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우리가 원한다면 단 5분 만에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