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의 평화나눔] 닭 10마리, 그물 한 채로 스리랑카에 희망을!


올들어?벌써 3번째 스리랑카를 다녀왔다. 응급의료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16일 귀국한 것이다. 갈 때마다 늘상 감사하게 느끼는 것은 나의 작은 기도와 조그만 정성이 그들에게 큰 기쁨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24일부터 28일까지 스리랑카를 다녀온 얘기를 나누고 싶다.?지난 5월에 이어 다시 찾은? 것이다.?이유는 타밀 지역의 고아와 과부 등에게 닭과 그물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대통령 영부인이 내전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북부 타밀지역 고아와 과부 등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스리랑카 내전은 종식됐지만 평화는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내전과 살육의 총을 내려 놨다고 해서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죽고 죽이는 전쟁의 살벌함은 사라졌지만 전쟁고아와 과부들은 물론이고 남자들까지 생존 전쟁에 내몰리는 딱한 상황이다. 타밀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었더니 닭 10마리가 있으면, 그물 한 채가 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

“닭 10마리를 부탁드립니다!”
“그물 한 채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5월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오자마자 타밀 고아와 과부들에게 닭과 그물을 보내자고 호소했다. 닭 10마리에 3만원, 그물 한 채에 4만원!

닭 10마리와 그물 한 채 값으로 7만원을 후원한 분들이 가장 많았다. 과부 10명에게 닭을 후원하고 싶다며 30만원을 보내온 후원자도 있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정성으로 2200만원이 모아졌다.

스리랑카에 이 성금을 보냈더니 연락이 왔다. 나에게 코끼리를 선물했던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어려운 타밀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전달식에 와달라는 것이었다.

9월24일 오후 4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싱가포르를 거쳐 콜롬보 공항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었다. 휴식도 없이 비포장 길을 8시간 동안이나 달려서 도착했다. 타밀지역 군부대 막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것이 전부였다. 전달식장에는 타밀지역 주민이 3000명 가량 모였다. 졸리는 눈을 어렵게 떴는데 연단 쪽에서 누가 손짓한다. 제 옆자리에 앉은 여성 장관을 찾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대통령께서 찾으신다고 하면서?데리러 왔다. 내게 손짓을 한 주인공은 10년 지기인 라자팍세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내 손을 잡고 주민들에게 소개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친구부터 챙기는 라자팍세 대통령의 돌발 행동으로 행사가 늦어졌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포옹에서 진심어린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달식이?시작되고?성금증서를 대통령께 전달했다. 대통령은 주민 5명에게 닭과 그물을 전달했다. 대기하던 트럭에서 닭과 그물을 내리자 주민들이 술렁거렸다. 전쟁과 궁핍에 시달렸던 주민들의 커다란 눈에서 뭔가 반짝였다. 과부들에게는 닭 10마리를, 남자들에게는 그물 한 채를 전달했다.

전달식장 주변에는 전쟁고아를 비롯한 어린이들이 아주 많았다. 아이들은 내게 한국어로 인사하고 싶다고?했다. 스리랑카어로 “아유보완”이 한국말로는 “안녕하세요!”라고 알려주었더니 아이들은 물론 주변의 군인들까지 “안녕하세요!”라고 합창했다.

그러자 한 장교가 “닭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한국어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부탁대로 가르쳐 주었지만 처음엔 혀가 꼬여서 발음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군인들과 아이들은?”닭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합창했다.

스리랑카의 하늘에 울려 퍼지는 희망의 합창소리를 듣는 데 가슴이 찡했다. 4박5일 일정은 몹시 힘들었다. 하루는 군부대 막사에서 잠을 잤지만 사흘 동안은 거리와 산속 등의 거친 잠자리였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고 거기다 행복하기까지 했던 것은 생존의 전쟁에 내몰렸던 주민들에게 평화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타밀 주민에게 평화를 선물하는데 동참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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