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의 네팔통신②]돌라카지역 불가촉천민께, “미안합니다. 꼭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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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구촌사랑나눔 네팔 긴급구호 봉사팀>

 

[아시아엔=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목사] 지난 11일 돌라카지역에 쌀 30kg 200포를 나누고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특별히 달릿(불가촉천민) 가운데 집이 무너진 자에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안내할 분도 교섭을 하고 그 분이 우리 숙소에 왔습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잠을 자려고 할 때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달릿에게만 전달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동네 사람들의 엄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돌라카지역에 가는 것을 포기하자고 결정을 했습니다.

일부러 오신 안내자 분은 허탕을 치고 시내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그날 오후 1시경 진도 7.4의 강진이 터졌습니다. 진앙지는 두렵게도 우리가 가려고 했던 돌라카 지역이었습니다.

돌라카 지역은 1차 지진 때에도 큰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금번 2차 지진은 1차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금이 가거나 반파된 집들조차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안내를 하려고 했던 분의 집도 완파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안내하실 분이 타고 가던 버스에 낙석이 떨어졌습니다. 버스가 박살이 나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뒤로 바위가 굴러 내려 오도가도 못한다는 전갈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곳에 갔다면 우리가 당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쌀을 나누어 주는 시간이었다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 두렵기만 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협박하고 가지 못하게 한 것도 이유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우리를 살려주시는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것이 ‘여호아 이레’의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100세 때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도록 명령하십니다. 이에 대해 아브라함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응답하여 순종의 모습을 보이자 그의 아들을 대신할 숫양을 미리 준비하여 번제로 바치게 하십니다.

“아브라함이 그 땅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 하였으므로 오늘까지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하였더라.”(창세기 22장 14절) 이레는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신다”는 뜻입니다.

네팔 강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카트만두에 올 때 다들 “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고 물어옵니다. 위험한 곳이기에 가서 할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돈이 많아서 가는 줄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지구촌사랑나눔은 돈이 많은 단체가 아닙니다. 후원회도 없고 후원회장도 없는 희한한 단체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네팔에 와 있고 우리의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여호와 이레’라는 말을 종종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네팔 지진사태로 많은 네팔 친구들이 연락을 해 왔습니다.

“목사님은 쓰나미가 났을 때 피해를 당한 스리랑카를 갔고, 히말라야 산자락이 무너져 큰 희생자가 발생한 파키스탄도 갔고, 태풍과 침수로 희생을 당한 필리핀 타클로반에도 가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네팔에 언제 가실 계획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네팔에 가기는 해야겠고, 가고 싶긴 하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뜻밖에 ‘따뜻한 하루’의 김광일 회장이 찾아왔습니다. “모금을 할 테니 네팔에 가겠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 즉시 가겠다고 답변을 했고, 가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여기저기 소식을 알리니 중국동포 4명이 직장에 사직서를 썼습니다. 2~3달 동안 장기 봉사를 가겠다는 것,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돈 벌러 온 외국인노동자가 돈 버는 것을 포기하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또 한 사람은 한국에 돈 벌러 왔다가 결혼을 한 네팔계 한국인입니다. 부인과 아이 둘을 남겨 놓은 채 고국의 참상을 도우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중국동포교회에 알리니 최선을 다해 모금을 해 주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에게 문자를 보내니 정성을 다해 구호후원금을 모아 주셨습니다. ‘따뜻한 하루’에서도 모금을 해 주어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13명의 네팔 봉사대가 꾸려졌고 지금 네팔에 와 있습니다. 출발하기 이틀 전 네팔에 숙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간신히 임창기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고아원이 연결되었습니다.

네팔에 도착하여 고아원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 13명까지 20여명이 함께 지내기로 했습니다. 좁은 집에 네팔 아이들 틈에 끼어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이 단 하나만 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 새벽부터 화장실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이 시작된 네팔은 우리나라 한 여름의 무더위입니다. 더위 속에서 막노동까지 땀에 젖어 들어오는데 샤워는 불가능합니다.

냄새가 나고 짜증이 올라와 임계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도 똑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사흘이 지나갈 무렵 한국인을 위한 숙소 하나가 연결되었습니다. 네팔 고산을 등반하거나 트레킹하는 분들을 위한 4층 규모의 숙소입니다.

지진의 여파로 한국에서 오는 분들이 없기에 통으로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몇 달 동안 전체를 싼 값에 쓰기로 하고 급히 이사를 했습니다. 고아원 틈바구니에서 왕궁으로 승격을 하는 기분입니다.

고아원 원장이신 선교사님이 사용하지 않는 12인승 승합차를 빌려 주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운전을 하던 친구가 운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방문을 하고 기금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이주민선교협의회에서도 동참하고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3천원부터 몇 백만원까지 성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두 곳에 급식소를 만들어 급식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서너 개의 급식소를 더 만들어 당장 굶는 일은 막고자 합니다. 집이 무너져 고생하는 산골마을에 쌀과 의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기에 천막이나 천막지를 공급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지나서 고아원이나 어린이집 등을 세우는 일을 해 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호와 이레’의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살려주신 은혜, 미리 준비해 주시는 은혜에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희망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 더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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