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목사의 네팔통신①] 2차지진 불구, 우리는 남아 ‘네팔의 아픔’ 같이 하렵니다
[아시아엔=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목사] “건물이 흔들려요!” 다급한 외침에 “지진이다”라고 나도 소리 높여 외쳤다. 휘청휘청 몸이 흔들리며 어지럽다. 진열장의 접시가 떨어져 깨지고 병이 땅 바닥에 떨어진다.
줄을 지어 1층으로 피신을 했다.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서 웅성댄다. 새들은 날아올라 맴돌며 울부짖는다. 까마귀들의 거친 울음소리도 하늘을 메우고 있다. 전봇대에 걸쳐 있는 전깃줄들이 좌우로 출렁인다. 이내 병원, 경찰, 구조팀들의 사이렌 소리와 경광등이 넘쳐난다.
점심을 먹다가 당한 네팔에서의 진도 7.3의 2차 강진이다. 옆 건물 앞에 젊은 여성하나가 쓰러져 있다. 지진의 공포로 뒤로 넘어가 쓰러졌다고 한다. 손발을 주물러 주는데 얼음장처럼 차갑다. 온몸은 마비되고 입술은 파랗게 질렸다. 손과 입술은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지를 들어 우리 차에 태웠다. 비상임을 알리고자 경적을 울리며 먼모헌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 이송하고 침대에 누운 그녀를 위해 잠시 기도를 했다. 꼬리를 물고 환자들이 이송되어 들어온다.
낙하물에 맞았는지 피로 흠뻑 젖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들어오는 아저씨, 부러진 다리를 부축하며 택시에서 내리는 청년, 실신한 채로 침대에 실려 응급실에 들어가는 아주머니, 울기만 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애걸하며 들어가는 젊은 부부. 북새통도 이런 북새통이 없다.
병실에 입원한 모든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 밖 마당으로 나와 있다.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려 하니 뜨거운 햇볕 아래다. 우산이나 담요, 신문지를 동원해서 막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양다리에 철골을 휘감고 깁스를 한 노인, 양팔에 깁스를 하고서도 어디론가 열심히 휴대폰을 하고 있는 청년, 산소호흡기를 차고 숨가빠하는 노인에게 산소량을 조절하는 간호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병원의 의료 인력들, 라디오를 들고 상황을 청취하며 여기 저기 전화를 하는 사람, 경찰과 구급대원, 외국 의료인력과 취재진들, 환자와 가족까지 온통 아수라장이다.
급박한 현장에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 하나 해줄 일이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병원 밖으로 나와 이동을 하는데 수백명이 운집하여 있다. 내려 보니 큰 건물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인파와 통제를 하는 경찰을 뚫고 간신히 붕괴현장까지 진출했다.
경찰, 군인, 외국구호대원, 점포주인, 기자, 구경꾼까지 넘쳐난다. 콘크리트 잔해물을 치우려 포크레인의 굉음이 이어진다. 작업을 잠시 중단하면 외국 구조대의 탐색견이 뛰어 들어간다.
지휘자의 명령에 따라 여기저기에 코를 대고 킁킁댄다. 개가 나오면 가족들이 뛰어들어 냄비, 컴퓨터, 발전기 등을 집어낸다. 이어 작업이 개시되면, 희뿌연 돌가루 먼지들이 날라다닌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나오기를 기다리며 기도를 해본다. 갑자기 사람들이 차도 안쪽으로 휩쓸려 달려간다.
엉겁결에 따라가 보니 희뿌연 먼지를 날리며 건물 하나가 쓰러져 있다. 그 옆에는 잇달아 이미 쓰러진 빌딩들이 줄지어 넘어져 있다. 주저앉은 건물과 쓰러져 옆 건물에 기대고 있는 건물, 두 개의 건물이 동시에 넘어져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듯한 건물, 심각한 균열로 위험선을 치고 접근을 금지하는 건물, 이미 1차 지진으로 균열이 간 건물들이 2차 지진으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여진이 온다는 뉴스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모든 이들이 집에서 나와 이불을 깔고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이불을 실은 차량을 끌고 나와 차량에서 잠을 자려는 가족들도 있다.
모든 점포들이 문들 닫아서 을씨년스러운 시내의 모습이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난리가 나 있다. 빗장으로 걸어 놓은 문들이 열렸고 컵과 물병들이 나뒹굴고 있다. 대형 물통이 떨어져 바닥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장롱과 찬장을 비롯해 문들이 열려 있어 폐허를 방불케 한다.
봉사대원들에게 공지를 했다. 일단 잠은 숙소에서 자기로 하되 모든 옷을 입고 자기로 했다. 그렇지만 지진이 일어나면 숙소 마당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권이나 지갑 등 중요물품은 손가방이나 조끼에 넣어놓기로 했다.
여차하면 빠져나올 때 가지고 나오도록 하는 대피요령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든지 얼마 되지 않아 “지진이다!”하는 고함이 터졌다. 자다 말고 졸린 눈을 부비면서 마당으로 나갔다. 가져간 천막지를 땅에 깔고 침낭을 하나씩 나누었다.
모기와 싸우며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또 다시 여진이 터졌다. 다시 일어나 앉아 밤을 지새우다 동이 틀 무렵 잠시 눈을 붙였다. “이제 귀국해야 되느냐?” 아니면 “계속 남아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느냐?”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결국 귀국하겠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카트만두 공항이 폐쇄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우리는 이렇게 네팔에 남아 있다. 지진으로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련다. 응원과 기도를 아끼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