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자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2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다문화 차별해소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세연의원,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민주통합당 우원식, 김광진 의원이 정 군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27일 현재 67명의 국회의원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사진=김남주 기자>

*아래 글은 정군의 선처를 구하는 조부 정정묵 씨의 말씀을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정리한 것입니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연쇄 방화사건을 일으키며 우리사회에 큰 숙제를 내준 현준 군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알려주고 있어 전문을 게재합니다.?-편집자주?

현준 군 할아버지의 간절한 부탁

저는 현준(가명)이의 할아버지 되는 정경묵이라는 75세 되는 노인입니다. 손자를 잘못 키운 죄로 인해 세상을 이렇게 시끄럽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연쇄방화를 한 죄를 용서해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현준이는 러시아 어머니에게 두 살 때 버림 받았고 아버지는 이국땅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면서 부모없는 아이가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 오게 된 현준이는 러시아 튀기라고 놀림을 당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우울증 환자가 됐습니다.

현준이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입니다. 쓰레기통에서 음식 찌꺼기를 주워먹는 행동을 보여서 서울대병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건국대병원 등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상한 행동의 이유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은 데다 다문화라고 놀림 받고 왕따 당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가서는 더 심한 따돌림과 왕따를 당했습니다. 키도 작고 몸도 약한데다 우울증 증세까지 있어서 더 당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중학교 1학년 때에 자퇴하고 가출하고 노숙생활을 하면서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준이 할머니는 가출한 현준이를 찾아다니다가 작년 6월 중순에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현준이는 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준이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습니다. 가정은 물론이고 세상 어디서도 위로받거나 기댈 곳이 없자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 또한 현준이의 잘못이 아니라 손자를 잘못 돌본 저의 잘못입니다. 불쌍한 손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시멘트 납품 업체를 운영하던 사업가였습니다. 그런데 1998년도에 수십 억대의 연쇄부도를 맞으면서 사업은 망하고 가정은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지금은 LH공사가 얻어준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에 제 건강까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손이 심하게 떨리는 증세를 알게 된 김해성 목사님의 도움으로 MRI 검사를 했는데 병명이 뇌경색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살만큼 살았습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치소와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두 손자의 앞날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김해성 목사님께서 손자들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현준이 탄원운동을 해주시고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쌀과 돈으로 도와주시고 저의 병까지 치료해주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김 목사님게 두 손자를 맡아 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드렸더니 보호자가 돼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늙고 병들어서 손자들을 잘 키우고 가르칠 힘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문화 고아와 아이들을 돌보고 계시는 김 목사님을 보면서, 김 목사님께 맡긴다면 두 손자에게도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손자 현준이가 김 목사님의 도움으로 새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쌍한 우리 손자를 할애비 곁으로 보내주십시오.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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