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칼럼] 정운천 “광우병사태는 거짓 선동방송…장관이 닭보다 못해요”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오른쪽)이 2008년 8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광우병 사태는 허무맹랑했다. 거짓 선동방송이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대통령이 붉은 촛불의 바다를 보고 겁을 먹고 청와대 뒷산으로 도망했다. 도대체 이게 뭐지? 하고 의혹이 일었다. 나는 당시 정부를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방송의 거짓을 밝혀 달라는 정부측 고소대리인이었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살려 그 과정을 작은 조각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중이라도 세상을 이해하는데 나의 체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2009년 3월 2일 오후 2시경이었다. 나는 검찰청 앞 정곡빌딩 지하다방에서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을 만났다. 정 장관은 검은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받쳐입고 붉은색 계통의 낡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광우병 방송에 이어 촛불시위가 번지자 장관해임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촛불시위를 일으킨 방송내용이 허위라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그가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장관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사실 저는 철저한 재야 출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 한 달 전에 우연히 만났어요. 그 이전에는 해남에서 키위 농사를 했는데 그때 느낀 점들을 얘기했더니 장관이 되어 정책을 만들어 집행해 보라는 겁니다. 그래서 장관이 됐죠. 소고기 수입 문제는 전 정권에서 매듭을 짓고 마지막 절차만 남은 상태였어요. 전 정권의 대통령은 국내 축산업자의 반발을 의식해 다음 정권에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못해 받기는 받았는데 부담을 느꼈죠. 정권이 바뀌고 민동석 차관보가 소고기 협상 대표로 마무리를 지었죠. 사실상 우리가 소고기를 사줘야 미국 시장에 자동차도 팔고 핸드폰도 수출하는 거 아닙니까?”

“국내 축산업자들에 대한 대책은 어땠습니까?”
내가 물었다. 어떤 정책에도 반발이 있기 마련이었다.

“대책을 마련했죠. 엄격한 소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만들었죠. 수입문은 열 되 위생 조건으로 조정하려고 했던 겁니다. 엑스레이기까지 동원해 미국산 쇠고기 안에 뼈가 있는지 조사하니까 미국의 엄청난 항의가 있었죠.”

그런 수입제한은 얕은 꾀 같아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거짓말 방송에 속아 일어난 시위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를 했어요. 잘못이 없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숙인 거죠. 대통령이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 같았어요. 광우병 선동방송은 정권과 좌익의 싸움인데 왜 이렇게 정면 대응이 힘든지 모르겠어요. 촛불 정국은 국기가 흔들린 큰 사건입니다. 어느 면으로 보면 내란 선동 아닙니까? 정상적인 선거로 된 대통령과 행정부를 쇠파이프와 폭동으로 뒤집으려고 했으니까요. 이건 대통령이 거짓 앞에 고개를 숙인 사건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대통령이 고개를 숙일 게 아니라 시위대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설득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가 말했다.

“내가 바로 그런 생각이었어요. 제가 국무위원들에게 시위대 앞으로 가자고 하니까 찬성하는 장관이 한 명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광우병에 관한 시민토론장에서 자유토론이 벌어지길래 거기 참여해서 제 의견을 말하려고 하니까 끼워주지를 않더라구요. 다음에 내가 설명을 하러 시위하는 곳으로 가니까 친일파라고 욕을 하면서 덤벼드는 데 대단합디다. 안경이 날아가고 양복이 찢어졌죠. 아예 귀를 막고 들으려고 하는 태도가 아니었죠.”

미국 소고기를 들여오는데도 ‘친일파’라고 했다.

“잠시 장관을 해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는 잘못이 없는데도 물러났다.

“장관이 닭보다도 못해요. 닭은 위험한 경우 자기 날개로 병아리를 모두 감싸 안잖아요? 그런데 정권에 있어 보니까 도대체 그런 게 없어요.”

대통령마다 정책에 저항하는 물결이 닥친다. 야당이 그 파도를 이용해 괴롭히기도 한다. 정책을 집행하는 대통령은 뚝심이 있어야 한다. 잘못이 없는데 사과하는 건 바보였다.

의료정책의 역풍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지도자는 지지율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보고 소처럼 밀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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