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우주항공청 앞둔 ‘대우주시대’ 한국은?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의 초기 맹주였다. 유럽의 끝자락인 이베리아반도에 함께 있어 자주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다. 발전된 항해술에 힘입은 식민지 쟁탈전에서도 관계가 좋을 리가 만무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에 충직한 두 나라가 싸우지 않도록 지구를 반으로 나눠주었다. 이것이 바로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다. 남미 대부분 나라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브라질만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여하간 이 시기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의 동인(動因)은 다름 아닌 부(富)의 축척이었다.

이후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가 식민지 쟁탈전에 가세한다.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막대한 금과 은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신흥 자본 세력이 등장하여 기존 봉건 세력을 몰락시킨다. 이는 유럽 사회 전체를 계몽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쳐 제국주의로 나아가게 만든다.

서양이 식민지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때 동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대항해는 서양이 아닌 동양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명(明)나라 황제 영락제가 환관 정화에게 대항해 원정대를 지휘토록 한 것이다. 2만7,000명의 수군, 승조원, 역관, 의원과 천문가 등이 함선에 올라 18만5,000km를 누볐으니 기념비적인 역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영락제가 사망하면서 조공무역 외에는 바다로의 진출이 막히게 된다. 명나라 대외기조인 해금령(海禁令)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후 명나라는 내분과 지도자의 무능으로 1662년 청나라에 의해 멸망한다.

동서양은 거의 같은 시기에 대항해시대를 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양은 더 먼 바다로 나아갔고, 동양은 가까운 바다마저 닫아버렸다. 중국이 식민지 개척을 통해 부의 맛을 보았더라면, 과연 해금령을 다시 재개했을까? 

영국의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는 그의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서양이 동양을 앞선 시점을 17세기라고 주장한다. 대항해시대가 막을 내린 17세기와 우연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시대가 펼쳐질 것인가? 근세(近世)가 대항해시대의 출발점이라면, 현대(現代)는 대우주시대(大宇宙時代)의 초입이 아닐지 싶다.

대우주시대 초기 맹주는 미국과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루나 계획’에 따라 24회에 걸친 달 탐사에서 절반 이상인 15회를 성공시킨다. 루나 3호는 1959년 달 뒷면을 촬영했고, 루나 9호는 1966년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추진한다. 이 시기 우주경쟁의 핵심은 ‘우주발사체’였다.

양국의 우주 경쟁은 탈(脫)냉전기에 다소 주춤하다가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러시아와 가까운 대륙 세력과 미국과 가까운 해양 세력이 치열한 우주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새로운 우주 전쟁의 핵심은 우주발사체가 아닌 ‘달 기지 건설’이다.

달 기지 건설은 지구의 건설현장 여건과는 비교될 수 없는 가혹한 환경이다. 대기가 없기에 달 표면에 세워질 기지는 우주에서 떨어지는 운석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작은 운석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어 고강도 건설자재가 필요하다.

또한, 우주의 방사선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쏟아진다. 해결책은 무인 원격시공이다. 3D 프린팅을 비롯한 고도의 로봇기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전자장비를 쉽게 사용할 수가 없다. 지구에서의 물류운반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월면토(月面土)를 사용해야 하는데, 물을 갖고 교반할 수 없으므로 레이저 등을 통해 녹여서 사용해야 한다.

달 기지 건설은 이외에도 엄청난 기술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며, 인류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 줄 것이다.

달 기지 건설을 위해 해양 세력은 ‘아폴로 계획’의 후신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중심으로 힘을 규합하고 있다. 미국 NASA를 중심으로 유럽 ESA, 일본 JAXA, 캐나다 CSA 등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5월부터 이 계획에 동참하고 있다.

이 계획은 우선 인간의 지속 가능한 달 방문을 실현하고, 나아가 화성을 포함한 외행성 탐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달을 공전하는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를 필두로 달 표면에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록히드 마틴 스페이스, 블루 오리진, 노스톱 그루먼, 스페이스 엑스, 노키아 등 굴지의 민간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반면, 대륙 세력인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가 거절된 상태이다. 중국은 우주 굴기를 내세우며 자체의 노력으로 2040년까지 달에 인류를 착륙시킬 계획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부의 축적이라는 대항해시대의 동인은 대우주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항해술이 대항해시대를 열었지만, 본질은 식민지 확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대우주시대를 우주발사체가 열었지만, 앞으로 인류를 우주로 나가게 할 동인은 우주에 무한대로 널려져 있는 자원의 채굴이다.

달을 포함하여, 화성 등 외행성 탐사에서 막대한 자원 채굴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일본은 ‘우주자원의 탐사 및 개발에 관한 사업활동 촉진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달 자원의 상업적 거래를 합법화하고 있다.

이에 부아가 치민 러시아는 ‘우주조약’를 내세우며 이 법안에 발끈하고 있다. 이럴수록 달 기지 건설을 위해 해양 세력들은 단일대오(單一隊伍)를 형성하여 더욱 속도감을 낼 것이다. 대항해시대를 통한 인류사의 거대한 변화를 바라보면서, 대우주시대가 끝나갈 때 어떠한 세상이 인류를 기다리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편, 우리나라는 해양세력에 포함되어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달 기지 건설을 통한 자원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우주발사체 개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 기지 건설에 대한 각계의 요구가 더러 제기되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연구개발 투자가 우주발사체 개발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인색한 면이 없지 않다.

대항해시대에 동양이 서양에 역전당한 역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할 것이다. 한 국가의 존립은 달리는 자전거로 비유된다. 멈추면 넘어지기에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때마침 우주항공청 개청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우주시대의 끝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대한민국이 우뚝 서 있길 소망해 본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 (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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