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난중일기] “이순신도 가짜뉴스 피해자였다”
<손자병법> 용간(用間)편에서는 반간계(反間計)를 최고의 계책으로 꼽는다. 소위 ‘가짜뉴스’로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현혹시켜 치명타를 가하고, 동시에 우리 편의 사기를 고양할 수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 활용된다.
학창 시절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을 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된 보불전쟁은 유럽사에 큰 사건이었지만, 우습게도 전쟁의 도화선은 비스마르크가 퍼뜨린 가짜뉴스였다. 이 가짜뉴스가 촉발한 전쟁에서 프랑스는 알자스·로렌을 프로이센에 넘기고 만다.
?이순신 역시 가짜뉴스의 희생자였다. 임진왜란에서 왜군은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절치부심하던 왜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중심으로 철저한 준비를 이어간다. 한편 조선의 상황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간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가짜뉴스로 인해 백의종군하게 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반간계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이중간첩 요시라가 경상우병사 김응서에게 가토 기요마사가 부산에 도착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흘린다. 하지만, 가토 기요마사는 이미 조선에 도착하여 이순신을 제거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반간계에 속은 선조는 이순신에게 출병을 명한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 이순신은 정보를 신뢰할 수 없기에 왕명을 따르지 않는다. 결과는 이순신의 통제사 파직이다.
이 사건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통틀어 조선 수군 최악의 치욕적 패배인 칠천량 해전으로 이어진다. 치열한 전투에 따른 패전이었다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균이 이끈 조선 수군은 작전은커녕 경계의 실패로 거의 궤멸 상태에 빠지게 된다.
?칠천량 해전을 기점으로 조선 수군은 줄곧 지켜온 제해권을 왜군에게 빼앗긴다. 복수심에 찬 왜군은 경상도 진주에서 전라도 남원까지 이전보다 더 잔인한 학살을 이어간다. 이순신이 다시 통제사에 올라 상유십이척(尙有十二隻)으로 명량에서 전세를 뒤집기 전까지 조선 땅에 피비린내가 다시 진동하게 된 것이다.
?전쟁이 아닌 권력투쟁에서도 반간계, 즉 가짜뉴스는 자주 사용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딥페이크(Deep-fake)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가 선거판에 등장할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 위협분석센터에서 인공지능에 의한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한 경고까지 보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는 총칼 없이 싸우는 나라 안 싸움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분별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분별이 부족한 곳에 모든 것이 부족하다.”(벤자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