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난중일기] 녹둔도, 대한민국 국운 상승의 교두보로…
장수(將帥)는 휘하에 장교를 참모로 거느린 지휘관을 일컫는다. 오늘날 대대장 이상의 지휘관인 셈이다. 이순신은 만호(오늘날 ‘대대장’) 시절, 즉 장수로서 첫 전투를 ‘녹둔도’를 급습한 여진족과 치른다. 이때 패장의 책임을 지며 첫 백의종군을 하게 된다.
이듬해 이순신은 ‘우화열장 급제(右火烈將 及第)’로 북병사 이일이 이끄는 여진족 토벌대에 소속되어 시전부락 전투에 참전한다. 우화열장은 ‘우측 화기 부대의 대장’을, 급제는 ‘관직이 박탈된 사람’을 일컫는다.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은 토벌대의 좌·우위군 가운데 온성부사 양대수가 지휘하는 우위군에서 승자총통을 다루는 화력부대를 맡은 것이다.
이 전투에서 화력전을 포함하여 좌·우위군이 구사하는 학익진, 기병을 활용한 돌파 등을 경험한다. 훗날 함포, 학익진, 거북선 등을 통한 남해에서 활약은 이때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
녹둔도는 두만강 하구, 즉 동해에 맞닿아 있다. 고지도에는 두만강과 두만강 지류에 의한 하중도의 형태로 남아있다. 세종이 4군 6진을 개척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개간하여 농사를 지은 우리 땅이다. 훗날 이곳에 군대 경비 마련을 위한 토지인 둔전이 설치된다. 이순신이 조산보 만호에 추가하여 녹둔도 둔전관을 겸직한 이유이다.
하지만, 조선후기에 들어오면서 녹둔도는 두만강의 잦은 범람과 유로 변경에 의해 현재의 러시아 영토에 연륙(連陸)된다. 아울러, 점차 습지로 변하여 더 이상의 농사가 어려운 땅이 된다. 이러한 차에 조선은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겪으면서 이 땅을 완전히 방치하게 된다.
이후 스탈린이 연해주 한인들을 중앙아시아에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녹둔도는 우리의 기억 속에 점점 흐릿해진다. 우리의 손에서 녹둔도가 완전히 떠나게 된 결정적 사건은 청나라가 두 차례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하면서 체결한 ‘베이징조약’이다. 이 조약으로 인해 청나라는 녹둔도가 속한 연해주를 러시아에 할양해버린다.
하지만, 조선은 스무 해가 지나서야 녹둔도가 러시아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의 땅을 주변국들이 처분하는 사이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던 참담한 역사이다.
우리의 운명이 남에 의해 공개적으로 다뤄진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연합국 소속의 미국, 영국, 소련의 수뇌부가 모인 ‘얄타회담’이다.
이 회담에서는 한반도에 대해 자치능력을 가질 때까지 단일 행정체계 아래에서 미국, 영국, 소련, 중국에 의해 신탁통치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우리가 배제된 상태에서 우리의 운명이 논의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흘러 우리는 부국강병을 일구어냈다. 최근 국제사회 일부에서 고착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결에 우리의 역할이 이따금 회자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에 대한 기대와 한류 열풍 등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사회의 중추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깔린 듯하다.
한 때 우리의 운명이 남의 테이블에서 거론되던 뼈저린 아픔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지구촌 평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은 감격스러운 기회임에 틀림없다.
두 나라에게 전쟁 종결을 위한 명분을 제시하고, 전후 재건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한다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이에 추가하여 이 차에 러시아에게 녹둔도 반환을 요구해보는 것도 기대해본다.
함경도 관찰사를 지낸 조명정은 녹둔도에서 만호 이순신이 활약한 곳을 승전대(勝戰臺)라 칭하며, 그 공을 기려 ‘이충무공승전대비(李忠武公勝戰臺碑)’를 세운다. 지금은 러시아 하산 일대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우리의 고토(古土)인 녹둔도를 다시금 찾으라는 선조들의 외침인 듯하다.
우리가 되찾은 녹둔도가 동북아의 경제허브가 되고, 동시에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도시가 되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한 때 남에 의해 운명이 지어지던 세계사의 변방에 있었던 어두운 역사는 말끔히 치유될 것이다. 나아가 남북이 하나가 되고, 드넓은 우리의 옛 땅을 회복하는 그 날, 우리는 세계사의 중심에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국민교육헌장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