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라오스에서 숨은 야구 인재를 찾았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 딱 한명만 한국에 대리고 가고 싶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피파’ 선수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몇년 아니 최소 1년만이라도 같이 훈련을 받는다면 지금보다 월등하게 기량이 향상 될 것이다.” 사진은 라오스 최연소 야구 국가대표 피파(17) 선수와 이만수 감독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은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이  앞으로 10년을 지금과  같이 훈련하고 준비한다면 10년후의 라오스 야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 중에는 야구를 시작한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이 여러 명 있다. 이들은 아직 야구에 대해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라오스 야구 사상 첫승을 거두고 이로 인해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과 다름 없다.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목표로 삼은 것이 대회 1승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1승을 거두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모든 스탭들과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과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아시아대회에서 첫승을 할 수 있을지? 그만큼 우리들에게 첫승은 정말 소중하고 귀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은 야구 경력이 길어야 5-6년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표팀을 대상으로 첫승은 올렸다는 것은 솔직히 지금도 믿어지지 않고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다.

야구하면서 수도 없이 우승하고 많은 기록을 세웠지만 이번처럼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한 적은 없었다. 현역 시절과 지도자 시절 때에도, 내가 꿈에만 그렸던 시카고화이트삭스팀이 8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에도 이만큼 벅차고 감격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도 감격스러웠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라오스 팀이 첫승을 거둘 때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라오스에 들어간지 10년이란 시간들은 나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영원히 잊을 수없는 추억과 감격이 될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나의 눈에 확 뛰는 선수가 한 명 있다. 그 선수는 바로 17세 어린 나이의 ‘피파’ 선수다. 지난 몇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어린 ‘피파’ 선수를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를 통해 ‘피파’ 선수의 몸놀림과 뛰어난 핸드링, 거기다가 정확한 송구까지 정말 나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대단했다.

”피파’ 선수는 자기 나라 나이로 올해 17살이다. 앞으로 10년은 라오스 야구를 이끌어 갈 중심 선수다. ‘피파’ 선수는 옛날 류중일 감독을 보는것 같다. 현역 시절 류중일 선수도 ‘피파’ 선수처럼 작은 체구였다. 그런데 그런 작은 체구에서 송구하는 것이나 몸놀림, 거기다가 볼을 잡는 핸드링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다.

‘피파’ 선수는 라오스 국가대표 유격수와 2루수를 맡고 있다. 누구한테 배웠는지 기본기가 완벽할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다리 놀림인 후드웍은 환상적이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재능은 타고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똑같이 훈련하고 제대로 된 기본기를 가르쳐 주더라도 ‘피파’ 선수처럼 빨리 습득하고 재능있게 플레이 하는 선수는 라오스에 별로 없다.

수비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타격도 여느 선수들보다 좋고 더 이상 손볼 데가 없을 정도다. 단지 아쉽다는 것은 체격이 왜소하다는 것이다. 힘이 부족하다 보니 배트를 이기지 못하고 거기에다 나무 배트를 사용하다 보니 아직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스윙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번에도 ‘피파’ 선수에 대해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피파는 2년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출생년도를 2년이나 올려서 등록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라오스도 출생년도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와 비용이 발생한다. 도대체 그 당시 15살 밖에 되지 않은 선수가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다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피파’ 선수는 과묵한 스타일이고 ,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친구들을 챙기고 , 야구에 대한 애착이 많고 또 매우 성실하게 훈련에 참가한다. 그의 장래 희망은 야구선수로 남는 것이란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 딱 한명만 한국에 대리고 가고 싶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피파’ 선수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몇년 아니 최소 1년만이라도 같이 훈련을 받는다면 지금보다 월등하게 기량이 향상 될 것이다.

‘피파’ 선수는 이제 17살이다.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할 것이고 또 힘이 붙을 것이다. ‘피파’ 선수가 여기서 힘만 붙는다면 당장 우리나라 프로 2군에서도 가능한 선수다. 얼굴 부상에도  ‘피파’ 선수의 강력한 부탁으로 결국 김현민 감독도 부상 3일만에 필리핀 경기에 피파를 주전 유격수로 출전시켰다.

‘피파’ 선수의 안정된 수비로 인해 필리핀 팀을 상대로 콜드게임이 아닌 9회 정규이닝까지 경기를 소화하게 되었다. 또한 ‘피파’ 선수는 필리핀 경기에서 140km 빠른 볼을 상대로 깨끗한 안타를 기록했다.

어제 필리핀 팀과의 경기에서도 혹 콜드게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필리핀 팀과의 경기만큼은 콜드게임 패는 당하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9회까지 가는 이변을 만들었다. 거기에 ‘피파’ 선수의 안정된 수비로 인해 팀이 흔들리지 않고 모두 잘 할 수 있었다.

앞으로 ‘피파’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제2의 ‘피파’ 같은 선수들이 라오스 야구대표팀에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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