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인구 700만 라오스, 14억 중국 상대로 미래를 보았다

이만수 감독과 선수들이 중국-라오스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어제(10월 1일) 아시안게임 본선에서 중국과 첫 게임을 하는데 라오스 선수들 각오가 대단할 것이라 생각했다. 라오스는 거대 중국에 비해 매우 소국이라 늘 눌린 상태에서 살아왔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 대해 무언가 힘을 내어 잘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5회 0:15 콜드게임패였다.

몸을 풀고 있는 라오스 선수들

라오스 국가대표팀은 본선에 올라가 샤오싱야구장에서 중국팀이 훈련하는 모습을 두번이나 보았다. 중국팀은 14억2천명 인구에서 뽑혀온 선수들이라 나름 자부심이 대단하다. 덩치도 라오스에 비하면 대부분 두배 이상 나갈 정도다.

라오스는 인구가 700만명밖에 되지 않고 국토면적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몇 년 전부터는 막강한 중국의 국력이 동남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그 중 하나가 고속철도다. 중국부터 시작한 고속철도가 현재 라오스까지 연결 된 상태다.

이런 거대한 나라와 경기를 하니 선수들이 힘을 내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주눅이 들어서 못하는 것이다. 벤치에서 목이 쉬도록 화이팅을 외치고, 잘 하라고 격려해 보았지만 그렇게 잘 던지던 투수들이 먼저 무너지고 말았다. 또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내야수들이 ‘콜 플레이’를 하지 않아 1회부터 투수가 실려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선발투수가 갑자기 빠지자 뒤이은 투수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거기다가 점수를 주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1회에만 기록 에러 2개와 기록 안된 에러 하나가 있었다. 1회에 에러 3개 하고는 점수를 2점밖에 주지 않았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내심 오늘 중국 경기에서 7회까지 버티어 보자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투수들이 10개가 넘는 사사구로 인해 경기 스스로 자멸했다. 특히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직 수비에서 많이 미숙해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대부분 점수를 줄 때가 많다.

“겁낼 것 없어. 자신있게 던지면 돼” 

그래서 안타를 맞더라도 투수에게 사사구를 주지 않도록 주문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은 투수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날 경기를 통해 또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경기 다 마치고 선수들을 모아 놓고 “오늘 경기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선수 개별적으로 무엇을 배웠는가?” 등 통역을 통해 질문했다. 선수들이 너무 솔직한 것인지 아니면 잘 모르는 것인지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이다. “두려웠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실력들이 너무 좋다.”

이런 대답을 듣자고 지친 선수들에게 질문한 것이 아닌데… 비록 시합에 지더라도 미래를 위해 선수들이 무언가를 하나라도 깨닫고 배워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고 강한 팀이 되는 것이다.

중국이 두렵고 무섭다면 앞으로 중국을 상대로 어떻게 게임을 하겠단 말인가? 우리 라오스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주눅 들어서 자기 플레이를 못했다. 물론 지금까지 130km 넘는 투구 볼을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14억이 넘는 거대한 중국을 상대로 경기하는 자체가 이들에게 부담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들 젊은 선수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무언가 스스로 깨닫고 좋은 경험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갑자기 잔칫집 온 것처럼 웃으면서 야단이 났다. 몇분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풀이 죽어서 머리를 푹 숙이던 모습에서 지난 27일 싱가포르팀에게 사상 첫승을 했을 때와 똑 같은 분위기로 떠들고 신이 났다.

나는 제인내 대표와 임재원 구단주한테 “이들의 문화가 원래 그래?” 물었더니 “라오스 문화가 옛부터 원래 이렇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이들은 똑 같은 분위기로 웃으면서 신나게 즐긴다는 것이다. 정말 상상도 가지 않는 라오스 문화에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라오스에 ‘보뺀양’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괜찮아.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란 뜻이다. 그러니 이들의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 들고 어려운 일인지, 이들과 10년을 함께 생활한 나도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이들과 같이 야구하면서 잘못된 문화를 정말 많이 바꾸었다.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몇 달 몇 년이 지나야 잘못된 문화를 그나마 조금 바꿀 수 있다.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때라 생각하고, 다시 하나씩 헤쳐나가려 한다.

비록 5회 0:15 콜드게임패 당했지만, 나는 라오스 야구도 중국과 동등하게 경기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고 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꿈과 바람은 한결 같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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