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우리는 해냈습니다” 라오스야구 아시안게임 첫 승

항저우아시안게임 싱가포르-라오스 야구경기표. 라오스는 안타가 5-11로 적고, 에러는 4-2로 많았지만 8-7로 승리했다. 얼마나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이만수>

26일 태국 팀에게 1-4로 아깝게 지는 바람에 27일 싱가포르 팀 경기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로 코칭스탭부터 시작해 선수 모두가 마음 가짐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라오스 문화는 절대 이런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제인내 대표가 선수들 모습을 보고 요즈음 몇번씩 놀라는지 모른다.

라오스 선수들이 환호하는 옆을 싱가포르 선수가 지나가고 있다.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때만 해도 태국 팀이나 싱가포르 팀에게 이긴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인터뷰 할 때나, 지인들에게 이야기할 때 이번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첫승을 하겠고 큰소리 쳤지만 과연 태국 팀이나 싱가포르 팀에게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태국 팀과의 경기를 보고 나서 27일 싱가포르 팀에게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라오스 선수들은 대학만 졸업하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선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기량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야구를 그만두고 가족 생계를 위해 일선에 나서야 한다. 이에 길게 5-6년 된 선수가 있는가 하면 1 -2년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도 라오스 국가대표에 있다.

라오스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에 8-7로 이긴 후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선수들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어 이번 태국 전과 싱가포르 전에서 첫승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큰 산을 올려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의 인생철학인 “Never ever give up“ 자세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야구장에서 그들과 함께 하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선수들 가슴을 치면서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너희들은 할 수 있다’ ‘ 반드시 첫승을 할 것이다’라며 라오스 말로 ‘수수’ 우리나라 말로 ‘화이팅’ 소리 지르면 선수들도 함께 따라 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멀리서 본 경기장과 관중석 그리고 라이트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라오스 문화는 뭉치거나 죽기살기로 경기하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 중국 아시안게임을 통해 태국 전과 싱가포르 전에서 모든 선수들이 목이 쉬도록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다. 이런 정신력이면 얼마든지 싱가포르 팀을 상대로 이길 수 있고 또 해볼 만했다.

라오스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에 8-7로 이긴 후, 라오스 국기를 앞세워 단체촬영을 했다. 제인내 대표(가운데) 등의 모습이 보인다.

싱가포르와의 8대7 승리는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 제인내 대표와 김현민 감독 그리고 이준영 감독의 헌신과 희생 덕택이다. 그리고 어제의 최고 수훈은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이들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수년 동안 한국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런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진 것이다.

라오스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에 8-7로 이긴 후

27일 어제 싱가포르와의 경기는 역전에 또다시 재역전을 번갈아 하면서 마지막 9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힘든 경기였다. 9회초 쓰리아웃까지 밴치에서 꼼짝하지 않고 이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 ‘케네디 스코어인 8대7로 이겼기 때문이다. 역전에 역전, 재역전에 다시 재역전…경기를 지켜보는 중국 관중들은 재미있을지 모르나 경기를 치루는 선수나 스탭들은 숨 죽이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 보아야 했다.

경기가 다 끝나고 중국 담당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야구를 잘 모르는 중국인들이 오늘 라오스-싱가포르 경기를 보면서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경기인줄 몰랐다”며 많은 엄지척을 했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 9회초 쓰리아웃이 되자마자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마운드에서 뒹굴었다. 모든것이 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10년만에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선수들과 함께 뒹굴며 누구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치 금메달 딴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기뻤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첫승이 금메달보다 값진 승리였다.

라오스 선수들이 이만수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

경기 뒤 선수들이 달려와 나를 행가레 쳐주었다. 공중에 3번 뜨면서 지난 10년의 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라오스에 들어간지 10년 동안 말하지 못하는 숱한 어려움과 힘든 일이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라오스 선수단과 이만수 감독. 지난 2월말 동남아야구대회 당시 사진

나는 아무도 없는 코치실에 앉아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나에게 국제대회에서의 첫승은 그 어느 승리보다 값진 것이다. 미국 시카고 화이트 삭스팀에 있을 때 팀이 8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도, 현역 선수 시절 3관왕과 최고의 기록을 세워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모르는 눈물이 한없이 내렸다.

이만수 감독과 부인, 그리고 손자

지난 10년 동안 묵묵하게 뒷바라지해온 사랑하는 아내한테 첫승을 바치고 싶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 당신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사랑이 없었다면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 보급은 불가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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