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WBSC 벵추로 사무총장의 ‘공든 탑’
9월 27일 싱가포르에게 극적인 승리를 하자 스탠드에서 가장 먼저 뛰어 나온 사람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벵추로(Beng Choo Low) 사무총장이었다. 벵추로 사무총장은 라오스 야구팀과 각별한 관계로 라오스 국가대표 팀이 어려움이 있거나,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자기 일처럼 라오스까지 직접 날라 올 정도다.
이날 싱가포르에 야구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 ‘케네디스코어’ 8대7로 승리하자 너무 기쁜 나머지 그라운드로 뛰어 내려왔다. 2007년 7월 3일 라오스에서 최초로 야구협회가 설립될 때 이미 WBSC 벵추로 사무총장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WBSC 사무총장 벵추로는 라오스 야구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선수들은 제대로 있는지, 연습은 잘 하고 있는지 실사하기 위해 라오스까지 찾아왔다. 라오스 여자야구 초창기 시절에 벵추로의 많은 격려와 도움으로 여자야구팀을 이끌고 구단주 자격으로 말레이시아까지 간 기억이 있다.
출전 국가가 별로 없어 동남아대회에서 1승2패했다. 라오스 남자선수들보다 여자선수들이 월등하게 잘 한다. 왜냐하면 라오스는 모계사회이다 보니 여성들 생활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래서 경기를 하더라도 여자선수들이 남자 못지 않을 정도로 정신력도, 투지력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벵추로 사무총장은 “라오스 야구의 성장 모습을 보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언젠가 그가 한 말이 기억난다. “라오스야구 성장 이야기는 동남아 작은 국가 야구 발전의 롤모델이 될 것이다.” 라오스 야구가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주위 국가들이 보면서 서서히 야구 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옆 나라인 베트남에도 현재 젊은이들 사이에서 야구 붐이 급속도로 일고 있음을 보게 된다. 특히 유소년들에게 야구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캄보디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야구를 시작한 나라이다 보니 도움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캄보디아 야구협회 쳄 다라(Chhem Dara) 회장과 캄보디아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앤드류(Andrew) 감독 요청으로 오는 11월 말 캄보디아에 들어가 열흘 동안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다. 캄보디아 인근 미얀마도 오래 전부터 야구를 보급시키기 위해 장용석씨가 대기 중인 상태다.
이렇듯 ‘나비효과’처럼 지금 라오스 야구의 작은 날갯짓으로 동남아시아에 야구가 무섭게 전파되고 있다. 지금 작은 나라 라오스에서 일어난 야구 붐은 인접국들도 야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유소년들부터 서서히 야구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7일 라오스-싱가포르 경기 후 벵추로 사무총장은 “자력으로 야구가 발전할 수 없는 라오스에 한국 같은 선진국가가 지도자들을 파견해 야구 보급과 자립 기반을 도와준 것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날 벵추로 WBSC 사무총장은 “라오스도 정식으로 아시아야구연맹(Baseball Federation of Asia, BFA) 임원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가장 적임자는 라오스 국가대표팀의 제인내 대표”라며 적극 추천했다. 필자 또한 제인내 대표가 BFA 사무국에 정식으로 임원이 된다면 라오스 야구도 훨씬 발전하고 동시에 동남아 야구도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벵추로 사무총장은 2025년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경기대회’에 야구가 포함이 되었으니 라오스도 꼭 참가하라고 했다. 그는 “언제라도 라오스 야구를 도와줄 준비가 되었디”며 “2025년 동남아대회 참가국이 11개국이며, 이번처럼만 경기한다면 메달권에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훗날 인도차이나반도에서 MLB리그와 KBO리그 그리고 NPB리그에 진출하는 훌륭한 야구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