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아시안게임 일본 야구팀에 또 배운 것들
라오스는 2일 일본에 0:18로 졌다. 안타는 일본 팀이 10개인데 득점은 18점 뽑았다. 그것은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장타가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일본 대표팀 플레이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민첩하고 부드러운 수비다. 일본 선수들이 핸들링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환상적이다.
라오스와 경기를 한 일본 투수들 가운데 140km가 넘는 선수들은 한명도 없다. 대신 135-138km로 던지는데 한결 같이 빠른 볼은 아니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예리한 제구력을 갖고 있다. 직구와 슬라이드 커브 그리고 이들이 주무기로 던지고 있는 반포크볼이다.
라오스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자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일본 국가대표 팀 스탭들이 들어가지 않고 덕아웃 안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거기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필딩 훈련을 하는데 많은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나와 구경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어느 정도인지 정보를 다 파악했다고 본다. 거기다가 라오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잠시 보면 우리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끝까지 라오스 선수들이 수비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동안 태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중국팀과 경기를 해도 일본팀처럼 많은 지도자와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나와 라오스 선수들의 수비 훈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팀과 경기해도 분명 콜드게임 패 당하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이들은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최선을 다해 상대팀의 정보를 확고하게 입력하고 경기에 임한다.
이들은 알 것이다. 라오스 국가대표팀이 먼 훗날 일본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것을… 이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탐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을 위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 앞으로 꾸준한 훈련과 개인연습이 필요하다.
한편 라오스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 18명의 선수만 참가했다. 적은 인원으로 본선 5게임을 한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은 자체 청백전을 하면 위험한 순간엔 상대 선수들을 보호해주며 야구했다. 그런데 아시아대회는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본선에 오른 팀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중국 전부터 경험해보지 못한 저돌적인 플레이들을 자주보게 된다.
라오스 선수들이 확 달라진 경기를 보며 조금씩 몸을 사리는 모습이 보인다. 라오스 선수들은 다른 나라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편이라 강한 볼에 맞기라도 하면 부러지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공포감까지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체력으로는 연속 게임을 치른다는 것은 사실 무리다. 이렇게 많은 경기를 해본 적도 없다. 거기다가 본선에 올라가 5게임이나 하는 줄도 모르고 최소한의 선수만 데리고 왔다. 더 많은 선수들을 데리고 오고 싶어도 여력도, 경비도 없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수 18명 정예부대만 데리고 왔다.
예선전에는 경기를 잘 치렀지만, 문제는 중국전부터 시작해 일본전 그리고 다시 필리핀과의 게임 후에도 파이널 경기가 두 게임 더 남아 있다.
부상자가 3명이나 나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15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선수들로 끝까지 버텨야 한다. 부상자도 하루 빨리 회복되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이준영 감독이 24시간 붙어 있다.
이준영 감독은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1인다역을 맡고 있다. 선수들을 가르쳐야 하고, 경기 때는 3루 코치로 나가서 작전을 지시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경기 끝나면 선수들 치료와 마사지까지 해준다. 라오스 국가대표 팀에는 보배 같은 지도자다.
우리는 일본에 0대18로 졌지만, 일본팀의 준비성과 정교함을 배웠다. 그것이 라오스 야구의 장래 발전에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