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시선] 인도네시아 아가씨들과 ‘살라크’

인도네시아 아가씨들 <사진 이연실>

동남아에는 10개의 독특한 나라들이 있다. 그 중에서 국토 면적이나 인구 규모로 최고의 강국, 미래에 한국을 능가할 나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는 실제로 없는 게 없고 너무도 풍요로운 나라다. 한국보다 GDP는 낮다.

인니 바하사어를 쓰는 아가씨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말레이 바하사어를 쓰는 말레이시아, 인니 바하사어를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언어만 들어도 금방 표시가 난다.

지하철 갈아타는 걸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다. 보통처럼 그들에게 “Can I help you?” 하면 재미없다. ‘환영한다’는 뜻의 바하사어로 “슬라맛 다땅!” 했더니 아가씨 3명이 동시에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충남 유성 카이스트에서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이화여대로 가는 길이란다. 수많은 행인들 중 유독 나의 눈에 띄었다.

3호선 종로3가역에서는 5호선을 타고 충정로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거기서 이대역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2호선, 3호선, 5호선이 지나는 곳이라 헷갈릴 수 있다. 한국인도 가끔 헤매는 곳인데 외국인들은 더 막막해 한다. 그들에게 아무리 스마트폰이 있어도, 젊고 총명해도 남의 나라에 처음 왔으니 어찌 아니 헷갈리랴?

내가 인니 바하사어를 하는 걸 보고 반가워 하길래 “인도네시아에 여러 번 가봤다.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나라다” 칭찬을 했다. 그건 진심이다. 싱가포르와 가까운 빈탄섬과 바탐섬도 푸르고 신선하며 경이롭다. 빈탄섬은 휴양지로 바탐섬은 경제도시로 유명하다.

한 아가씨는 내게 “페리를 타면 싱가포르 센토사까지 30분도 안 걸리지요” 한다. 정확히 맞다. 그 가까운 거리가 인도네시아 국민에게는 외계 행성만큼 아득한 현실로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결코 쉽게 갈 수 없는 꿈의 나라가 싱가포르이기 때문이다. 바탐섬은 인도네시아 경제규모 3위다. 일본 기업들이나 기타 나라에서 진출한 제조업이 활발한 섬이다.

지도자를 잘 만난 싱가포르 국민은 비즈니스나 여행 등으로 인도네시아에 수시로 간다. 인도네시아 부자들은 싱가포르에 쉽게 가지만 일반인들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싱가포르의 국민 중 중국계로 베티림 부부 가족과 나는 매우 가깝게 지냈다. 어느날 도이치뱅크에 다니는 중국계 싱가포르의 친한 부부, 베티림 가족이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들은 풀장이 딸린 고급 콘도미니엄에 살았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에서만 생산되는 희한한 과일이 있다. ‘살라크’이다. 그들은 나에게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과일이 있다고 했다. 1만 7천개가 넘는 지구촌 최대의 군도국가 인도네시아, 베티림의 남편이 어느 주에 출장을 갔었다. “한국인 친구 체리가 모르는 과일이라서 일부러 사가지고 왔다”고 내밀던 과일을 처음 보았다.

인도네시아에서만 생산되는 희한한 과일, ‘살라크’

뱀 껍질을 닮아서 ‘스네이크 푸르트’라고 불린다. 그 과일을 보는 순간 졸도할 뻔했다. 나는 평소 모든 과일을 다 좋아한다. 지구촌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잭푸르트 나무를 보았고 사먹었다. 평소 호기심이 넘쳐서 거의 모든 열대과일을 먹어 보았다. 그러나 스네이크 푸르트는 처음이었다. 과일을 만지는 느낌이 뱀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껍질을 까지 못하자 베티림 부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알맹이를 꺼내 내게 주었다. 오이보다 조금 나은 맛이었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나 각종 SNS를 보다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정확히 모르고 아는 척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 어떤 사람이 인도네시아에서도 많이 생산되는 열대과일 잭푸르트 사진에다가 두리안이라며 글을 썼다. 70%나 틀린 걸 열거해 놓았다. 비유하자면 수박을 보고 멜론이라고 주장해 깜짝 놀랐다.

‘인도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인도네시아, 그 놀라운 나라에서 비행기를 7시간쯤 타고 한국에 왔다. 순수한 아가씨들의 눈빛이 고왔다. 그녀들은 최소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민족어인 중국어, 그 나라 공식 언어인 인니 바하사어, 그리고 세계 공용어 영어를 잘 한다. 석유까지 포함 모든 지하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동남아 최고의 자원 보유국이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 멋지고 당당하며 똑똑하다. 내가 아예 갈아타는 충정로역까지 동행하며 데려다 줬다. 헤어질 때 그녀들이 나에게 “허그해도 될까요?” 물었다. 서로의 갈 길로 떠나는 시간에 내가 인니 바하사어로 한 마디 해줬다.

“까무 잔띡!” ‘당신이 아름답다’는 뜻의 인니 바하사어이다. 사랑스럽다, 예쁘다, 곱다라는 그 말을 듣고 그녀들은 환하게 웃었다.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3명의 지구촌 이웃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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