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찬 벨기에 아가씨들에게 물을 순 없었다

벨기에 유학생과 그 부모들

“당신네 레오폴드왕이 콩고사람 천만명 학살한 거 알아요?”

고디바 초콜릿과 와플의 나라 벨기에, 학창시절에는 영어로도 벨기에인 줄 알았다. 벨지움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는 서울보다 조금 더 많다. 국왕이 다스리며, 수도 브뤼셀 광장 한구석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이 유명하다. 그러나 나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레오폴드 왕이다.

지난 번 만난 벨기에 아가씨들은 서울에서 옷가게를 찾았다. 이번에는 신촌의 여대에 유학 온 여학생과 부모님 등을 만났다. 딸이 유학 온 나라 한국을 보고 싶어서 방문한 중년 부부였다. 학창시절 베네룩스 3국으로 배워 이름이 익숙한 나라 벨기에, 서울에 온 여행객들을 교대역에서 만난 적도 있다. 발랄한 아가씨들이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의 벨기에 아가씨들

가까운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로 가라고 안내해 주었다. 벨기에는 못 가봐 지하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일주일 여행 왔다는데 옷 사러 명동역에 가고 싶다는 게 아닌가? 나는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 취향을 보고 강남역이나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를 추천했다.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옷을 사고 싶어 한다. 디자인이 멋지고 한국 아가씨들이 옷을 잘 입어서 부럽단다. 문제는 날씬한 사람에게 편한 사이즈 위주로 제작돼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을 상대로 옷을 팔려면 동대문이나 기타 의류 상가들은 큰옷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 만난 아가씨들은 그래도 날씬한 편이었다. 외국 여성들 중 40대만 되면 80kg 넘는 거구들이 많다. 서울 어디든지 큰옷만 파는 건물이 따로 있으면 성공할 것 같다. 외국 사람들이 옷을 사려고 서울 여기저기 헤매다가 침만 삼키고 한국을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동대문 어느 건물에 전용몰을 만들고 ‘걸리버 여행기’라는 브랜드로 큰 사이즈 옷만 팔면 좋겠다. 100kg 넘는 여자들은 크기만 맞아도 산다. 모피 제품의 경우, 할랄 인증 마크가 있으면 중동 관광객 상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리라. 좋은 옷을 봐도 어느 동물의 가죽인지, 어떤 털인지 모른다. ‘비스밀라’ 기도 후 도축된 동물의 가죽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아예 안 산다.

벨기에 하면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축물이 떠오른다. 맛있고 다양한 맥주도 연상된다.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나라이다. 가톨릭 국가인 벨기에가 콩고를 식민지로 삼았었다. 레오폴드 2세 국왕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었나 지금도 의아하다. 경상도 크기인 자신의 나라보다 77배나 크다는 콩고, 고무 수확량을 할당시키고 그걸 채우지 못하면 원주민의 손목을 잘랐다.

레오폴드 2세 국왕(1865~1909년 재위)

1천만명을 학살한 레오폴드 2세 국왕은 가톨릭 신자였다. 벨기에 사람들은 지금 콩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벨기에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다.

한국에 여행차 와서 옷을 사러 가고 싶다는 벨기에 아가씨들, 그녀들에게 레오폴드에 대해 물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 나라든지 흑역사가 있고 불행한 시기가 있다. 벨기에 교육당국이 일본처럼 자국의 과거사를 함구할 수 있다. 그 나라 왕이 콩고에서 저지른 무지막지한 범죄를 모를 수도 있다.

3명의 아가씨 중 2명이 한국의 풍경이 아름답고 인상이 좋단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국에 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학창시절 유럽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다. 한국의 겉모습만 보고 지구촌 외국인들, 특히 젊은층이 열광하는 건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다가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다른 문화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점점 질려서 떠나간다.

무엇보다 이기적으로 변해 인간미도 잃어가는 다수의 한국인을 보며 그들은 국적 불문 충격에 휩싸인다. 지구촌 이웃들에게 요즘 한국은 마치 꿈의 나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비자 발급에는 제한이 많다. 한국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나라 사람들이 많다. 관광, 유학, 취업 등으로 비자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비자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비자 발급이 다소 쉬워질까 기대했으나 아직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선박 노동자들은 늘고 있다.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로 해외 여러 석학들도 한국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제 좀더 열린 정책으로 비자 발급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다.

벨기에 여성들을 잠시 안내해 주고 돌아가는 길, 한국의 날씨는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미래도 이처럼 화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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