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시선] “지하철 임산부 지정석 대폭 축소를”

“임산부석이나 경로석을 없애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언제 그런 지정 좌석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시대에 맞지 않다.(중략) 지하철 어느 칸의 경우, 같은 열에 두 개의 좌석이 임산부 전용이다. 승객이 가득차 콩나물 시루 같은데 두 자리에 누구라도 앉으면 숨통이라도 트일 것 아닌가? 사람들은 앉고 싶어도 다른 이들의 눈치가 보여 붐비는 시간에 차마 그 빈 자리에 앉지도 못한다. 이 얼마나 낭비이고 비효율적인가?”(본문 가운데)

지하철 9호선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급행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객들이 튕겨나갈 듯하다. 콩나물 시루는 저리 가라이다. 대부분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탄다. 복잡한 시간대에는 노인이 가끔씩 보인다. 임산부석이나 경로석을 없애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언제 그런 지정 좌석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시대에 맞지 않다.

일단 임산부석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헤아려 봐도 임산부를 본 건 딱 1명이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연애를 잘 하지 않고 결혼 안 하는 시대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신혼부부 중에서 난임이나 불임 환자도 많다. 전례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임산부도 드물지만 그들은 거의 자동차로 이동하는 편이다.

지하철 어느 칸의 경우, 같은 열에 두 개의 좌석이 임산부 전용이다. 승객이 가득차 콩나물 시루 같은데 두 자리에 누구라도 앉으면 숨통이라도 트일 것 아닌가? 사람들은 앉고 싶어도 다른 이들의 눈치가 보여 붐비는 시간에 차마 그 빈 자리에 앉지도 못한다. 이 얼마나 낭비이고 비효율적인가? 만약 만삭의 임산부가 타면 배려하는 마음으로 양보해주는 사회가 건강한 것 아닐까?

경로석도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 어느 시간대에는 객차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 시니어들이다. 승객 비율 중 90%가 지공거사들일 때도 있다. 이런 현상이 서울에만 그런 게 아니다. 어쩌다 부산이나 대전, 광주에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유심히 승객들을 살펴보곤 한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이 ‘노인공화국’이 되는 게 실감난다. 20년 전과 다르고, 5년 전이 또 확연히 다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충격을 받는 장면 중 하나가 지하철의 풍경이다. 외국에는 어린 자녀들의 숫자가 기본 3명, 5명은 예사이다. 최근에 다녀온 나라 파키스탄에도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아기들, 유아들, 어린이들, 학생들, 청년들이 넘치게 있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들에게 자녀는 신이 주는 축복의 열매를 상징하기도 한다. 내 또래 다국적 친구들을 보면 기본 형제 자매가 10남매 전후였다.

한국 역시 할아버지 세대에 8남매도 흔했다. 내 또래 중에는 5명 정도 예사였다. 자녀 세대는 2명~3명이 평균이었다. 이제는 아기를 낳지 않거나 잘 해야 1명에 그친다. 그러니 외국의 보고서마다 충격적인 한국의 인구 절벽을 우려한다. 지구촌에서 한국만큼 급격히 인구가 줄어들거나 사회가 변하는 나라가 없다. 인구는 국가 존립과 경제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 아닌가?

노인 공경 문화나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성숙한 사회 문화의 회복이 필요하다. 동방예의지국은 더 이상 찾아보기도 힘들다. 우리 어린시절과 비교해 봐도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불과 30년 전, 어디에서든 어른이나 임산부를 보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게 상식이던 시대가 그립다. 장애인석, 경로석, 노약자석을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인성이 바르면 굳이 표기할 필요가 있을까?

요즘 몹시 거슬리는 현상은 사람들이 미처 다 내리기도 전에 타려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심하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공중도덕과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빈 자리를 차지하는 점이다. 반칙을 하면서 이익을 얻게 된다. 

출입문 양쪽에 당당히 서서 다른 승객의 출입에 지장을 주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그들의 행동이 불편을 초래하는데 어느 누구도 그걸 지적하지 않는다. 지하철에 누워 있는 사람, 귀청 떨어지게 통화하는 이, 가래침을 뱉는 사람도 봤다.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된 것 이상 행동도 품격이 있어야 된다.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가?

2 comments

  1. 뭘 잘못 알고계시는 듯..
    이미 자기맘대로 앉아계시는 분들이 태반이고 정작 임산부들은 비켜달라고 말도 못하고 주변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그만큼 시민의식이 최저인데 임산부석 노약자석 없앤다고해서 낮은 시민의식이 갑자기 좋아질까요?

  2. 임산부가 되어보니 임산부석이 글쓴이 님이 말하신 것 처럼 눈치 보느라 비워져 있지 않은 경우가 배부분이고(지옥철까진 아니고 좌석이 다찬 정도의 시간대임에도 말이에요) 혹시 양보할 생각을 갖고 앉은건가해서 뱃지를 보이게 해놔도 자기 폰만 보느라 뱃지 따윈 보이지가 않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일부러 임산부 좌석 있는 곳으로 타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앉아들 계시고 뱃지가 안보인다고 당신 임산부 맞냐 따질 수도 없고 그냥 서서 가기가 대부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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