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화제] 포도 취향의 와인복합공간 ‘도운’
수입주류협회장 마승철, 나라셀라 상장 이은 회심의 오픈
안동 아무술대잔치 테마파크도 단단히 준비해 꼭 성사를
와인 수입사 나라셀라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세병원 사거리에 와인 복합문화공간 ‘도운(萄韻)’을 열었다. 필자의 절친 마승철이 주인이다. 도운은 와인 접근성과 저변 확대를 목표로 설립한 국내 첫 와인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435평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7층과 루프탑까지 총 10개 층이다.
도운은 △프라이빗 와인 스토리지 △와인샵 △와인 시음회 및 페어링 클래스 홀 △파인다이닝 △와인 바로 구성했다. 나라셀라는 도운 오픈을 기념해 자체브랜드(PB)와인 ‘레팡드르’도 선보인다. 레팡드르는 나파 밸리 레드 블렌드 와인으로 크랜베리와 세이지 향에 체리·코코아 파우더 풍미가 탄닌과 조화를 이룬다. 연간 2400병만 리미티드로 생산한다.
“도운은 국내 최초 와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와인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쉽게 와서 와인을 경험하고, 개인 취향에 맞게 담소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마승철 회장)
50여년 전, 그와 나는 새벽에 몸과 몸이 부딪혔다. 방학에는 한달 내내 서너시간을 뒹굴었다. 몇년 간, 그러다가 중학에 가면서 헤어졌다. 인연이 깊어선지 고등학교 1학년 때 해후를 했다. 그 절친이 나라세일의 오너 마승철이다. 와인업력 30년의 나라셀라 인수해 키웠다.
얼마 전 쉽지 않은 코스닥 상장까지 마쳤다. 나라셀라의 계열사인 물류회사까지 합쳤다. 마승철은 발품을 팔아 미국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등 와인강국에서 명품을 수입한다. 마승철이 회심의 일타로 와인복합 문화공간 ‘도운’까지 열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킬까?
포도 ‘도(萄,Grapes)’와 취향을 뜻하는 ‘운(韻,Taste)’. 와인을 맛보고, 취향에 젖어든다는 뜻이리라.
엊그제 오픈식 때 각층을 일일이 둘러봤다. 각층마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둘째 아들 작품이란다. 지하 2층은 VIP 고객들 와인을 최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도운 프라이빗 셀러’가 있다. 지하 1층에선 500여종 와인, 프리미엄 사케, 스피릿 등 다양한 주류들을 만날 수 있다. ‘나라셀라 리저브’ 직영점이 둥지를 틀었다. 와인 교육과 시음회, 푸드 페어링 클래스 등 와인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2층 ‘도운 홀’은 와인 교육, 시음 및 세미나 공간으로,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6층 ‘도운 스페이스’는 쿠킹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는 프라이빗한 임대 공간으로 쓴다. 취향에 맞는 와인과 맞춤형 푸드를 짝지워 즐기는 와인 클래스도 곧 준비할 거란다. 한식 재료를 창의적으로 해석할 메뉴와 맞춤한 와인 페어링의 ‘코리’(4~5층)도 눈길을 모은다. ‘코리’는 KORea와 Innovative의 조합이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는 우리 말 뜻도 있다.
레스토랑 디자인은 뉴욕 미쉐린 별 2개에 빛나는 아토믹스와 한국 스와니예를 디자인한 김영래 작품. 워커힐과 힐튼, 시그니엘 스테이 등을 거친 베테랑 김현빈 셰프가 혁신적인 요리를 선보일 거라고 한다.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 스피릿,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바도 있다. 취침 전 마시는 술 한잔을 뜻하는 몽환적인 ‘나이트캡’(7층) 말이다.
최근 마 회장에게 아들은 “여기는 오시면 안됩니다”라고 했단다. 환상적 야경을 즐길 수 있으니, 젊은피들에게 우선권을 주자는 뜻에서다. 모르쇠로 버티다간, “물 흐린다”는 책이나 잡히기 십상이니 양보하는 게…
“’도운’은 최초의 와인복합 문화공간이랍니다.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와인을 경험하고, 취향에 맞춰 담소를 나눌 공간이지요.”(마 회장)
콘크리트 건물이 줄지은 강남에 최고의 셰프와 소믈리에, 브랜딩 전문가들을 모았다. 나라와인연구소 이사 신성호와 이인순, 정휘웅 등이 와인클래스 시니어반과 비지니스반을 가르친다. 1층에는 중정도 아니고 후원도 아닌 게 붙어 있어 마음에 든다. 와인에는 인간이 아닌 ‘신의 술’이라는 찬사까지 있다.
아무런 인위의 첨가물도 넣지 않고, 저절로 숙성해서이리라. 농부가 1년 간 정성껏 공을 들여 키우고 수확한 포도로 담근다. 그 신의 물방울에는 고유한 흙과 바람, 햇빛들이 스며들어 있다. 인간이 빚은 와인이지만 ‘하느님의 성스러운 피’라는 기독교의 숨은 뜻도 담겨져 있으니.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 후반에서 와인을 상찬한다. 유명한 시 ‘와인의 영혼’에서 와인에 영성까지 부여했다. 첫 연에서 와인은 인간의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노동에 지친 한 남자의 목구멍 속으로 떨어져 내리면 내 기쁨은 무한하고, 그의 뜨거운 가슴은 다정한 무덤이 되어 내 서늘한 지하 저장고보다 더 아늑하네…”
이어 보들레르는 시선을 가족에게 돌린다. 와인이 아내의 볼을 물들이고, 아들에게 힘과 혈색을 돌려주는 기름에 빗댄 것이다. 사진 속 보들레르의 멋진 모습에 늘 감탄하게 된다. 그가 좋아했던 연인과 술, 미술, 음악은 붉은 와인 한잔으로 더 기름지고 풍성해진다.
일상에 찌든 도회인에게 힘과 상상력을 되돌려주는 와인은 ‘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벗 마승철은 안동에 술 테마파크를 기획한다.
와인 막걸리 사케 등 발효주와 소주 위스키를 비롯한 증류주까지 온갖 술을 빚는 시설과 리조트를 망라할 계획이다. 그는 첫 직장부터 두산 계열사를 다녔다. 지금 상장까지 마친 굴지의 와인회사를 이뤘다. 게다가 ‘아무 술 대잔치’로 테마파크까지 꿈꾸니… 술에서 시작해 술로 끝나는 복받은 인생이다.
술에 지쳤을 친구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한다. 그가 튼실해야 와인도 함께 오래 마실 테니. 와인이 아니라도 벗의 건안을 기원하련다. 술과 음식 짝짓기, 좋은 음주문화를 만들도록… 품이 너르고 마음 좋은 벗을 위해 축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