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라오스DGB배 곽유진 기록원 “내 기준과 판단이 모두에게 공평하길 빌며”
[아시아엔=곽유진 국제대회 기록원] 첫날은 전광판 사용도 미숙했고, 기록실에서는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닝마다 심판들과 점수를 체크해야 했고, 심판 간에도 처음이다 보니 서로 눈빛과 액션으로 호흡을 맞춰가야 했다.
한국심판 사이에서 자리잡은 말레이시아 심판 윈슨도 있었다. 언어 장벽에도 야구라는 소통의 도구로 ‘위아 더 월드’ 를 이뤄내는데 나름의 답답함도 있었겠지만, 불평 하나 없이 늘 웃음으로 대해주었다.
‘기록’이라는 자리가 주는 매력은 이런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관중석까지도 둘러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펜으로 채워가는 매력이 있다.
드넓은 야구장 전체를 바라보지만, 그 안에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다. 심판 판정이나, 자신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품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선수의 등번호를 체크해야 하고, 멋진 수비를 한 후 환하게 웃는 선수에게 별점 하나 더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수비기록을 하기도 한다. 득점을 기뻐하는 환호 속에 묻힌 수비팀의 아쉬움을 기록해야 하기에 수비수의 움직임, 주자의 움직임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내 기준과 판단이 모두에게 공평해지기를 바라면서 기록지를 작성하게 된다. 기록 하나에 다같이 웃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기록지에는 늘 사연이 쌓여있다. 그 아쉬움을 밟고 더 높이 올라서는 선수가 되기를 늘 바라게 된다.
3일간 호흡을 맞춰왔던 심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록은 안타와 에러 판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에 일어나는 상황 중 가장 많은 기록은 심판의 콜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기에 경기 때마다 심판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고, 호흡이 잘 맞아야 기록에 미스가 안 나온다.
이번 대회에 함께했던 심판들은 총 12분이었는데, 그 중 알고 있던분은 5분. 처음 뵙는 분들이 더 많아 긴장되고, 경기 때마다 심판들의 시그널을 보면서 익혀야 했다. 멀리서 수신호로 소통하는 것도 익숙해져야 했는데, 모든 분들이 경기장과 오가는 차량에서도 안부를 챙겨주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었다. 이번 대회에 기록원은 필자 혼자였지만, 덜 실수하고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던 것은 심판진의 각별한 도움 덕분이 아닌가 한다.
매 경기마다 기록실을 찾아와 시원한 물과 커피를 가져다 주던 라오스 친구들도 고마웠고,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든든하게 후원해준 대구은행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밤 늦게까지 대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응급 지원을 위해 참석해 선수들은 물론 필자의 건강상태까지 살펴주던 최선행 선생님의 열정에도 감동이었다. 누구보다도 라오스에 마음을 품고 이 자리까지 이끌어오신 이만수 감독과 조경원 단장, 최홍준 부장 등 헐크파운데이션 관계자들의 수고와 노력은 또다른 공급으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
대회 3일 동안 땡볕 중에도 구름이 있고, 바람이 있고, 시원한 물이 있었다. 모든 순간, 모든 곳에 필요가 채워졌고, 그렇게 3년간 기다렸던 3일이 지났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꿈을 꾼 듯이 시간이 흘러갔는데, 지금 꾼 이 꿈이 2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는 더 큰 나무로 자라갈 것이 기대된다.
야구장에서 울려퍼진 응원소리가 인도차이나 땅에 더 크게 퍼져나가 깊게 뿌리내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