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야구국가대표 박효철 감독의 ‘다낭 1박2일’
[아시아엔=박효철 베트남 야구국가대표 초대 감독] 미국에서 온 아들과 딸, 아내가 가족 여행을 다낭으로 가자며 의논을 마쳤을 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다낭의 선수들을 만날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장형 베트남 야구지원단장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항상 마음 한켠에 다낭에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하면 더 도와줄 수 없을까? 고민하고 사랑하고 걱정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라오스의 이만수 감독님 마음이 이러셨겠구나….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정말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제가 베트남 야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또 느끼게 되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낭에서 훈련을 마치고 잘 끝냈다고 훈련 상황을 전달했더니 저에게 보낸 이장형 베트남 야구지원단장님의 감동어린 표현입니다.
13년 동안의 미국 야구 현장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최고의 시설에서 매일매일 야구만 신경쓰고 야구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었던 그 시간들…. 미국 대학선수과 마이너리그 프로선수를 지도해보고 싶은 생각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행복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꿈꾸듯 살아온 미국에서의 생활!
어느 날 꿈에서 깨어보니 저는 이곳 베트남에 와 있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베트남’ 이곳에도 다행히 야구가 있었습니다. 야구를 통하여 누군가를 도와주고 꿈을 키우게 하고 그 꿈과 희망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그 선한 영향력을 위해서… 저는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타임머신이 시간을 뒤로 돌려 놓은 듯…. 7살때 아버지가 야구를 가르쳐 주신 날 저는 고무신에 신문지로 배를 접어 글러브 삼아 야구를 시작했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다낭의 폐교 같이 오래 된 고등학교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들어가야 되는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고, 잠시 후 오토바이를 탄 학생이 나를 알아본 듯 ‘신짜오’라고 인사를 하며 학교 깊숙히 오토바이를 타고 건물 뒤로 사라졌습니다.
이장형 단장님과 의논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감독님께서 지원해주신 배트, 야구글러브, 야구공, 주루장갑 등 선물로 줄 장비를 큰 가방 하나 가득 아들과 가방 손잡이를 하나씩 나누어 잡고 걸어 들어가면서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겸연쩍인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교 건물 뒤쪽에 녹슬은 축구 골대가 보이고 풀이 발목 이상 자라 운동이라고는 도무지 할 수 없을 것 같은 주변환경… 벽돌과 스치로폼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어서 마음 속으로 여기는 아닐 거야, 여기는 아닌 거죠 하며 다른 공간이 있을꺼야 라며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곳에 먼저 도착해 반바지에 낡은 샌들을 신고 있는 학생과 다른 한명도 비슷한 복장으로 나를 난처한 듯 쳐다보고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아들에게 영어로 대화를 부탁했더니 아들 얘기를 듣던 학생은 우리 눈만 멍하니 바라보더군요, 곧이어 정문에서 나에게 인사했던 선수가 뛰어오더니 자신이 영어가 되니 자기에게 이야기하라더군요! 그렇게 한명 두명 오는 선수들에게 운동장에 도착하면 야구가방 정리 및 야구 글러브를 정리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아들과 나는 운동해야 할 공간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10분 정도 뛰어다니며 청소를 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며 그들은 의아한듯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알기 원했습니다. 야구를 하기 위해 주어진 환경 안에서 겸손함과 존중하는 마음이 준비되어야 함을, 수업을 위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20여명 그렇게 시작된 연습. 제 얘기를 아들의 영어로 이어받아 베트남어로 우리를 소개하며 다소 어색하게 시작된 훈련! 아들 재우가 야구를 하기 전 몸 푸는 방법부터 왜 이렇게 준비운동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니 조금씩 분위기가 밝아지며 신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그들과 함께 선수들에게 나누어주려 했던 글러브와 장비들을 꺼내 모두가 글러브를 끼고 운동하는 방법과 자세를 카메라에 담게 했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원래 예정되었던 시간이 훌쩍 넘은 줄도 모르고 아들과 나는 파트를 나누어 소중한 시간을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그들의 미소 속에서 이장형 단장님이 왜 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더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시간 속에 운동을 마치고 가져온 장비를 두 팀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면서 더 주지 못한 내 마음이 더 아쉬웠습니다. 아마 이들은 장비보다는 그들에게 보여준 그 관심과 사랑에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운동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서로에게 뜨겁고 깊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와 포옹을 하며 영어로 “I Love you”라고 인사 했습니다. 어떤 남자 선수와, 한 여자 선수는 울먹이며 “I love you, too”라고 합니다. 글로서 다 담아내지 못한 아쉬운 마음… 그렇게 우리 가족들은 그들을 뒤로하고 아쉬운 마음만 남겨놓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연습 다음날 대표팀 선수 뚜언(Tuan)과 상비군 선수 깡(Khanh)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뚜언은 남안(Nam an)이라는 선수와 함께 왔고, 요리사인 깡도 일이 끝나면 우리 호텔로 오라고 했습니다. 떠나기 전날이라 꼭 한 번은 이들을 만나서 개별 레슨을 실시해보자! 깡은 같은팀 17살 학생을 데리고 왔고, 총 네 명의 선수들과 1시간 30분 정도 내가 이야기하면 재우가 영어로 뚜언에게 얘기하고 뚜언은 베트남어로 통역을 했습니다.
내 생각을 전하는 게 두 배로 힘들었습니다. 야구의 기본기를 전달하는 건 가장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걸 베트남에서 늘 느낍니다. 아쉽지만 무언가를 끝냈다고 생각하니 다낭을 떠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나를 낮추는 겸손함. 상대를 향한 존중. 그리고 당당하게”
나의 좌우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