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성제 심판 ‘라오스 DGB배 동남아야구 참관기’

조성제, 이정수, 신철민 심판(뒷줄 왼쪽부터)이 이만수 감독과 함께 했다.

심판, 밝지만 보이지 않는 별

[아시아엔=조성제 심판] 2014년 (사)한국야구소프트볼심판아카데미(UA)에서 심판교육을 받고 정회원으로 심판 활동을 하던 중 2020년 라오스에서 한-라오스 국제야구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코로나 발생 직후로 벌써 3년이 지난 일이다. 그때 처음 참가한 뒤 지난 2월 말 DGB컵 인도차이나 드림리그에 심판으로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심판을 잘 본다”라는 말을 나름대로 해석해 본다면, 심판의 단 한번의 실수가 열심히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들의 땀방울과 노력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경기 흐름에 영향없이, 아무런 어필없이 순조롭게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바로 심판 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당연히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된다.

지난달 26일 태국과 라오스의 결승전 2루심을 맡았을 때 라오스 선수가 2루 도루를 하였고 바로 내 눈 앞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아웃으로 판정을 하였다. 이후 라오스 선수의 안타가 이어졌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만약 내가 그 상황에서 세이프 콜을 하고 득점을 한다면 경기 분위기가 고조되고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판으로서 나의 마음의 짐은 평생 가져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선수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심판은 정확한 판정! 이것이 승부의 세계가 더욱 멋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2월 하순 라오스 동남아야구대회에 참석한 한국 심판진과 기록원, 팀닥터 등

이번 대회에 함께 한 심판들도 각자 스스로 각자 포메이션, 콜, 상황과 관련해 실수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규칙서 탐독, 다른 심판들과의 토론 등으로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우리 심판들이다. 이런 심판들에게 잘 봤느니 못 봤느니 등의 비난을 자제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다 똑같은 심판이기에…

이번 DGB컵에 심판으로 참여하면서 라오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야구 현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캄보디아 야구협회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과거에 한국 지원으로 야구장을 지었으나 그 이후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캄보디아 프놈펜에만 20여개의 야구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필드 야구장도 있지만 사용을 금하고 있는데, 사용하게만 해준다면 관리는 어떻게 해서든 하겠다”는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현재 라오스 야구실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라오스와 베트남처럼 우리 야구지도자가 파견이 된다면 2년 뒤 대회에서는 여타 나라들과 각축을 벌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베트남 또한 지금은 선수들이 급하게 구성이 되고 충분한 연습시간이 부족했으며, 반면 라오스는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하는 것 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이만수 감독께서 묵묵히 10여년간 라오스를 지원하였다. 나는 한국인의 ‘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끝까지 지원해 주는 이만수 감독과 DGB금융그룹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 동남아시아 대부분 역사가 유럽국가의 식민지와 일본의 지원을 거쳐 지금은 중국의 자본 지원이 이어지는데, 야구만은 우리 대한민국에서 지원해서 동남아 프로리그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나는 이번 참가국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에 깊이 감명받았다. 머잖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도 자체심판 양성과 야구리그가 발전하고 더 멋진 드림리그가 개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최국 라오스는 물론 참가 각국의 임원과 선수들에게 한국 심판의 좋은 모습이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야구는 물론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심판들은 ‘밝지만 보이지 않는 별’로 묵묵히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 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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