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2023프로야구 개막 D-6, ‘스프링캠프’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40년이 넘었다. 선수도 지도자도 스프링캠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겨울 내내 잘 준비된 선수들이 정규시즌을 위해 기다리고 기대하는 스프링캠프가 되었으면 좋겠다.”(본문 가운데).<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로야구의 스프링 캠프와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지옥훈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지옥훈련이다.” “많은 연습을 했다.” “평생 처음해보는 경험이다.” “수백개 펑고를 받았다.” “수천개를 던졌다.” “겨울 캠프 동안 몸무게가 최소 5킬로 이상 빠졌다” 등등… 이런 내용의 기사들은 프로야구 출범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떤 팀이 시즌 중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겨울훈련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받게된다. 과연 겨울훈련이 팀의 성적을 좌우할까? 강도높은 겨울 훈련으로 인해 아마추어, 프로 할 것 없이 모든 야구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야구하기 싫은 기간이 이 때가 아닐는지 생각해 본다.

그 짧은 겨울 한 두달 만에 지옥훈련을 한다고 해서 선수들 기량이 급성장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많은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선수들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또다시 몇년이 흘러야 하는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옥훈련인가? 팀인가? 아니면 선수들 개개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지도자들인가? 이것도 아니면 팬들에게 보이기 위함인가? 많이 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잘 한다면 왜 먼저 시작한 야구종주국인 미국은 그렇게 훈련하지 않을까? 이미 1백여년이 지난 지금 그런 훈련들은 팀이나 개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선진야구는 지옥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옥훈련은 오로지 선수들을 평준화시키는데 일등공신이다. 특별히 프로스포츠는 기량 평준화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기량를 극대화해서 팀에 녹여 내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이고 일률적인 방법은 기량 차이가 무시되는 전근대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지옥훈련을 통해 스타선수를 만들었고, 스타선수가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유효한 한국야구에서 선수도 지도자도 팬들도 지옥훈련의 효과를 굳게 믿고 있지는 않은지…

스프링 캠프는 한해 농사를 짓는 바탕이 되는 중요한 시간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 지도자들은 작년에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부분들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고 장점을 살려 팀을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연습경기를 통해 시뮬레이션 해보는 시간들이다.

선수들은 어떤가? 캠프에 들어올 때는 이미 바로 실전에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의 컨디션과 몸을 만들어서 각자에게 주어진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 한다.

지난 50년 넘도록 내가 경험한 겨울은 지독한 단체훈련으로 인해 개인연습이나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연구할 엄두도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스프링 캠프 들어가기 전에 미리 몸을 만들지 않아도 어차피 엄청난 단체훈련으로 인해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아끼려 하는 경향도 있었다.

일단 프로에 들어가면 아마추어 야구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훈련으로 젊은 선수들조차 따라오지 못할 때가 있다. 야구인지 아니면 체력훈련하기 위해 프로에 들어온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신인들이나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은 좀더 체계적으로 기술훈련이나 팀훈련 그리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좀더 강하게 이끌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시즌을 거의 다 소화한 중간 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은 전년도 시즌 때 부족하고 미비한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그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개인뿐만 아니라 팀도 강하게 된다.

그러나 주전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은 단체훈련이 너무 많은 나머지 눕고만 싶고 쉬고만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캠프 들어가기 전에 프로 선수들은 철저하게 자기 몸을 관리하고 만들어서 바로 실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아직도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기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캠프에 들어 오는 게 종종 보인다.

내가 감독이었을 때 선수단에게 스프링캠프 입소전에 체성분 테스트를 통해 실전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었는지 체크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캠프 탈락자로 분류해서 합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시기상조였는지 선수들도 이해하지 못했고 팬들이나 언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지옥훈련하다가 넘어져 흙이 잔뜩 묻은 유니폼의 선수들 사진을 팬들은 원했고 지도자들도 시즌에 대한 불확실성을 많은 연습량으로 충족시키고는 했다.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는 첫날부터 시작해 45일간 경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중간에 하루 쉬는 것이 전부인 캠프의 일정은 선수들이 몸을 다 만들어 왔다는 전제하에 꾸려나간다.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서 선수들은 시즌 마치면 일주일에서 길어도 열흘이상의 휴식은 가지지 않는다. 근육이 풀어지면 다시 만들 때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아니 잠깐의 휴식 후 곧 개인스케줄대로 운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40년이 넘었다. 선수도 지도자도 스프링캠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겨울 내내 잘 준비된 선수들이 정규시즌을 위해 기다리고 기대하는 스프링캠프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많이 사랑해 주는 종목에 종사하는 스포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다운 책임감으로 캠프를 잘 준비하기를 바란다. 기량이 훌륭하고 또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여 주는 것이 선수 개인에게 영광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보답이 아닐까. 이제 그렇게 생각하는 야구인들이 더욱 많아져서 올 시즌도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한국 프로야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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