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28 ] 꺼지지 않는 불씨, 후보 단일화

안철수 윤석열 후보(왼쪽부터)

 

후보 단일화가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단일화 논의는 주로 국민의힘 쪽에서 먼저 거론이 되고, 국민의당에서는 거부하는 모양새입니다. 언론도 후보단일화 관심을 갖고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대선 때마다 단일화가 추진되었기에 좋은 기사거리일 겁니다. 일부 언론은 단일화를 기정사실화시켜 놓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줄곧 윤석열 후보가 되었든 안철수 후보가 되었든 야권 단일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여유 있게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말만 오고갔지 윤 후보와 안 후보 측이 만나 진지하게 논의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단체가 추진했던 후보단일화 토론이 어느 쪽도 참석하지 않아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완주의지가 워낙 강했고, 윤 후보도 단일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습니다. 단일화라고 하지만 국민의힘은 의석이 3석에 불과한 원내 제4당의 안 후보가 당연히 제1야당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안 후보는 자신으로의 단일화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셈법이 다르고, 특히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에 대해 소극적입니다. 6월에 치를 지방선거도 단일화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후보가 단일화되면 지방선거를 한 몸으로 치러야 합니다. 공천권에 목매고 있는 지방선거 출마자들로서는 정권교체보다도 자신들의 공천 보장에 관심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단일화가 다시 거론되는 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누구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음 주 월요일(14일)에 대선 후보 등록을 해야 하므로 이번 주를 넘기면 단일화가 어렵고 성사되더라도 단일화 효과의 누수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표용지 인쇄일이 이달 28일이므로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일화에 적극적인 쪽에서는 정 안 되면 사전투표 시작일(3월 4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러나 그때는 투표용지에 물러난 후보의 이름이 인쇄될 것이라서 다수의 사표가 발생해 단일화 효과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한이 가까워져서인가 소극적이던 윤석열 후보가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단일화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후보끼리 만나서 결정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물론 안철수 후보는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완주의지를 꺾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안철수 단일화 이야기까지 흘러나옵니다.

대선 승리라는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성과제일주의, 승리우선주의입니다. 또 DJP연대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공사례도 거론되고, 단일화를 못해 패배했던 김영삼-김대중 사례가 반면교사처럼 논의됩니다. 그러나 어느 사례도 단일화 추진의 당위성을 뒷받침하지는 못합니다.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정치판이니 필요에 따라 단일화를 추진하는 게 새삼스런 것은 아닙니다. 단일화는 후보와 정당이 하는 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오롯이 시민의 몫입니다. 단일화를 이뤘다고 당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물러난 후보의 지지자들이 모두 단일화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일화에도 명분이 중요합니다.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누구를 위한 단일화인지 시민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물러나는 후보에게 단일화의 대가를 보장한다든가 하는 나눠먹기식 단일화에는 역풍이 불 지도 모릅니다. 가치와 이념과 정책의 동질성이나 유사성의 고려없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단일화는 시민에게 외면 받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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