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34] 공약의 유사성과 차별성

윤석열(왼쪽) 이재명(오른쪽)

지연 혈연 학연 등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선택하지 말고 후보들의 됨됨이, 후보들이 내세우는 이념과 가치, 그리고 공약과 정책들을 보라고 합니다. 마타도어나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에 휩쓸리지 말라고 합니다. 가짜뉴스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네거티브나 가짜뉴스와 팩트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책(공약)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정책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책의 차별성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후보들이 쏟아내는 정책들을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나은지 판단하는 건 전문가들한테도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나 언론들의 평가나 의견도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은 더욱 혼란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언론이 <한겨레>입니다. 한겨레는 “어느 후보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했다”는 ‘동정 보도’보다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했는데 이 공약의 문제는 무엇이다”라는 ‘공약 보도’를 많이 합니다. 특히 특정 사안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을 잘 합니다.

한겨레의 분석에 따르면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상당부분이 겹친다고 합니다. 특히 2030세대 공약과 부동산 공약이 상당부분 겹친다고 합니다. 후보들의 공약이 유사해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정당들은 ‘공약 침해’ ‘공약 표절’ 등 점잖지 못한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들의 공약이 더 낫다고 강조합니다.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반드시 달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의식이 같다면 해법도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상대 후보의 정책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되면 뒤늦게라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책이 특허도 아니고, 시대가 필요로 하고 시민에게 좋은 것이라면 상대의 정책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공약이 비슷하면 우위에 서기 위해 과대포장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공시가격 정책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를 발표하자, 윤석열 후보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던 이재명 후보가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슬그머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강도 높은 분배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 후보가 자산소득 계층을 의식했다는 지적과 시민의 뜻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정책이 비슷비슷해도 차별성 있는 공약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시민들의 가치관과 요구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이대남’의 지지를 겨냥한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대표적입니다. 이대남이 이 공약을 지지해 지지율을 반등시켰다는 평가입니다. 여성정책 전반에 대한 고민 없이 툭 던진 말이 차별성을 드러낸 공약이 된 겁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이 젠더 문제나 페미니즘에 대한 낮은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는 국민의힘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여가부가 젠더 갈등의 원인도 아니고 더군다나 폐지가 적합한 해결책도 아니라는 지적, 정치공학적 표 계산은 젠더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우려도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한줄공약으로 제시해 논란이 된 ‘사드 추가 배치’도 차별성을 드러내는 정책입니다. 윤 후보는 ‘선제타격론’ ‘북한은 주적’ ‘멸콩(멸공)’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 등 강경한 안보관을 여러 차례 드러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환영받는 정책이겠지만, 전쟁위기를 고조시킨다며 불안해하는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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