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36]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4자 TV토론’ 반드시 성사돼야

제19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 왼쪽부터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2017년 4월23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여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설 연휴 전 양자토론이 결국 불발됐습니다. 토론자료 지참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끝내 합의를 못했습니다. 양자토론에 반대하며 농성까지 벌인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국민이 이겼다”고 반겼지만 두 후보의 TV 토론을 보고 싶어 했던 시민들은 아쉬울 겁니다.

양당이 서로 무산 책임을 떠넘깁니다. 윤석열 후보는 ‘자료 없이 하는 토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원래 무자료 토론을 제안했던 건 국민의힘입니다. 그렇다고 자료를 지참하자는 국민의힘의 바뀐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것도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비겁하게 4자 토론의 뒤에 숨지 말라”며 양자토론을 고집한 게 설 연휴 전 TV 토론을 피하려는 꼼수는 아니었을까 슬그머니 의문이 듭니다. 이러다가 지지율 1, 2위 간의 양자 토론이 무산되었는데, 4자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걸 아닐지 의구심까지 생깁니다.

원래 다자 토론에서는 질문공세가 선두주자에게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재명 후보도 대장동 등 공격받을 소재가 많지만, 윤석열 후보도 본부장 리스크와 무속 논란 등 공격받을 소재가 많습니다. 게다가 지지층이 겹치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추진을 염두에 두고 윤 후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토론은 해야 합니다. 윤석열 후보가 토론에 소극적이었던 건 시민이 다 압니다. 이재명 후보가 정책 토론을 계속 제안했고, 윤 후보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해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자들이나 당내에서까지도 식견과 자질, 소통 부족에 대한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필요해지자 TV 토론에 소극적이던 윤석열 후보가 TV 토론을 하기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당내 분란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SNS를 활용한 한줄 공약 시리즈가 먹혀 들어가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TV 토론을 다시 회피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법정선거운동기간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TV 토론이 있지만 그 전에 주어지는 토론의 기회를 윤석열 후보가 마냥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비율보다 낮습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시민이 많다는 뜻입니다. 비호감도도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정치적 자산은 사실 빈약합니다. 후보 자신의 자산은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웠다는 ‘이미지’입니다. 이에 비해, 아직까지 떨쳐내지 못한 ‘본부장 리스크’ 등 약점이 적지 않습니다. 외적 자산으로는 제1야당의 후보라는 점과 보수정권으로의 권력 이동을 바라는 보수언론이 많아 언론환경이 유리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설을 맞아 윤석열 후보가 귀향객 귀성객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도 좋고, 안보를 위해 강화도 최북단 지역을 찾아간 것도 잘 한 거지만, 더 좋은 건 TV 토론을 통해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고, 비호감도나 각종 리스크를 해소시킬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재명 후보는 달변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잘해야 본전입니다. 작은 실언 하나,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표정이나 태도로 크게 손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큰 실수만 없으면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시민들의 예상보다 조금만 잘해도 큰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와 비교당하는 게 불편할 수 있으나 어차피 넘어야 할 산입니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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