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38]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 “정치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윤석열 안철수 이재명 후보(왼쪽부터)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란 국민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정치의 본질을 꿰뚫은 이 멋진 말은 김 대통령이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가 한 말입니다. 대표적인 독서가인 김 대통령이 네루 총리의 책인 『세계사 편력』에서 찾아낸 말입니다.

『세계사 편력』의 원제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야기하는 세계사』입니다. 네루는 반영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총 9년 동안 옥살이를 했습니다. 네루는 옥중에서 어린 외동딸에게 편지에로 역사 이야기를 써서 보냈습니다. 네루가 딸에게 196회나 편지를 써서 보냈고, 이 편지를 엮은 게 바로 이 책입니다.

네루 총리는 17년을 재임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딸 인디라 간디는 두 차례에 걸쳐 15년간 총리를 지냈습니다. 인디라 총리의 아들, 그러니까 네루 총리의 외손자인 라지브 간디도 어머니의 뒤를 이어 총리를 지냈습니다. 안타깝게도 인디라 총리는 시크교도인 경호원의 총에 맞아, 라지브 총리는 시크교도의 폭탄테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침 오늘 1월 30일은 네루와 더불어 인도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무저항 비폭력 운동 창시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1948년 오늘 힌두사원에서 반이슬람 광신자의 총에 암살당했습니다. 유엔이 간디가 태어난 10월 2일을 국제 비폭력의 날로 지정한 것은 그의 비폭력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비폭력 정신을 잘 구현한 정치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탄압을 많이 받았지만 김 대통령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 선언했고, 이를 실천했습니다. 보수진영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는 김 대통령에 대해 “정치보복은 없었고 화해·용서·화합·통합의 정치로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하지 않고 모든 정적들을 용서하고 화해해 국민 통합을 이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신의 지지율이 낮은 호남지역 시민들을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윤 후보는 “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업적을 되새기며 기회와 희망의 나라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면서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진영을 따지지 않는 통합의 정부”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정치보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검찰주의자’인 윤석열 후보를 부각시켜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폭력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보복 방지와 더불어 약속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입니다. 김 대통령은 성과 학력, 지역 등에 따른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이른바 ‘삼금법(三禁法)’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국가인권위윈회는 만들었지만 차별금지법은 제정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 뒤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은 번번이 국회에서 좌절됐습니다. 차별받는 약자들을 혐오 대상으로 만들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대놓고 반대는 안하지만 이재명 후보도 윤석열 후보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인용한 “국민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아예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도 좋은 정치를 하겠다며 날마다 삶의 현장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약속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약속 가운데 불평등을 없앨 ‘차별금지법 제정’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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