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43] 안철수 강경 보수 노동정책 ‘안일화’에 유리할까?

2020년 봄 대구 동산의료원 진료 도중 잠시 밖으로 나오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좀비 거짓말(Zombie Lies)’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의 말입니다. 아무리 많은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곧바로 다시 살아나는 거짓말을 좀비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좀비 거짓말의 하나가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를 망쳤다’는 경제위기론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일자리 창출은 지지부진했고, 양극화가 더 심해졌습니다. 부동산 광풍은 서민의 내집 마련 희망을 꺾어 버렸습니다. 사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어려움이 컸던 건 사실이지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이 3천억달러를 넘었고, 외환보유고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의 경기불황에서 회복됐다는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였습니다. 그런데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를 파탄시켰다며 경제위기론을 폈습니다. 야당은 일본은 경제회복에 성공했는데 참여정부는 실패했다고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경제위기론의 실체는 “경제성장률 2%는 성공, 그 두 배가 넘는 5%는 실패”라는 어처구니없는 좀비 거짓말이었습니다. 일자리 부족, 부동산 폭등, 교육비 부담 등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좀비 거짓말에 흔들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쓸쓸하게 청와대를 떠났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를 원한 시민들은 ‘국민성공시대’를 외친 이명박을 선택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대선 정국에서 계속 되살아나는 좀비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후보단일화입니다. 단일화의 대상인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안 후보는 완주할 겁니다. 그럼에도 안 후보의 완주 여부,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많은 이들이 여전히 궁금해 합니다.

안철수 후보도 거부 의사는 강하게 드러내지만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단일화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화를 물으면 ‘안일화’라고 답합니다. 자신으로의 단일화는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중도’를 내세웠던 안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더 강경한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단일화 논의를 대비한 것으로 비칩니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반대하는 안철수 후보는 “민노총의 패악을 막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습니다. 공무원·교원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에 대해선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기득권 노동계의 눈치를 본다”며 ‘노동포퓰리즘’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기득권 노동계가 아닌 ‘노동자 전체’를 강조했지만 방점은 ‘보수에 잘보이기’로 보입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2018년 우리나라에 온 일이 있습니다. 전경련 초청으로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라는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 후 대담에서 전경련 측은 “노동시간 주 52시간제‘에 대해 비판하고 “한국에선 노조의 힘이 강하고 노조에 힘을 더 실어주면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이익을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문제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노조를 불편해 하는 재계의 인식과 안 후보의 인식이 비슷함을 드러냅니다. “한국도 선진국인데…어떻게 그렇게 오래 일하는지 알 수 없다“는 크루그먼 교수의 답변과 “미국의 노동자 권한 축소와 사회안전망 약화는 실수”라는 지적이 안 후보의 노동문제 관련 발언에는 끼어 들 여지가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보수 선점우위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요? 선점우위효과는 모인 사람들이 많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로 이어집니다. 안 후보의 기대처럼 강경한 보수적 노동정책이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고, 대세에 편승하는 군중 심리를 작동시켜 단일화 논의에서 유리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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