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길목 D-41] 이제서야···민주당 ‘윤미향·이상직 제명’·‘보궐선거 무공천’
선거는 시끄럽습니다. 후보와 정당들은 시민의 지지를 받기 위하여 온갖 약속들을 쏟아냅니다. 이렇게 잘 할 테니 찍어달라고 호소합니다. 저쪽은 어떤 문제가 있으니 찍어주지 말라고, 잘 못할 테니 찍어주지 말라고, 네거티브의 목소리도 커집니다. 모처럼 주권자 대접을 받는 시민들도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요구가 많아집니다.
이런 저런 소리들이 선거에 반영되고, 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정치 지형이 만들어집니다. 정권재창출이 되던 정권교체가 되던 시민의 뜻에 따라 정계가 개편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닌 시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선거 전부터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 잡겠다는 쇄신 약속의 물꼬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텄습니다. 김종민 의원이 ‘586 용퇴론’을 거론했고,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7인회’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송영길 대표는 자신부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송영길 대표는 서울 종로 등 민주당이 사유를 제공한 보궐선거 무공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 제명, 지방선거에 2030 후보 30% 공천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정파, 연령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는 국민내각, 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적 쇄신과 정치혁신안에 대해 다른 후보들의 반응은 일단 비판적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 눈높이에 비춰 형편없이 낮다”고 비판하면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치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진심이 담긴 것인지, 지지율 만회카드에 불과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정치개혁 카드를 들고 나온 걸 보면 급하긴 급했나 보다“라는 안철수 후보의 지적에서 드러나듯이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걸 경계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공론화되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정치혁신은 더불어민주당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의 쇄신에 대해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인적 쇄신과 혁신 추진이 대선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시민의 몫입니다. 윤 후보는 비판만 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쇄신과 혁신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적 쇄신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에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이른바 ‘윤핵관’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개사과’ 논란 때 거론됐던 이른바 ‘서초 캠프’ 논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안입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또다시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반드시 인적 쇄신을 해야 합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해 문제가 불거지자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은 수사가 안 되고 있다는 이유로 박 의원을 복당시켰습니다. 그렇지만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제명을 의결했습니다. 정치적 탄압을 받는 것도 아닌데 박 의원을 마냥 감싸는 것도 시민이 보기에 의아스러울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이는 건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치혁신안을 다른 당과 다른 후보들의 것까지 국회에서 대선 전에 다루면 됩니다. 대선 전에 입법할 수 있는 건 입법하면 됩니다. 논의만 무성하다가 대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국민의힘도 당연히 동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