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길목 D-39] 안철수 “문 정권 대북정책 총체적 실패···한반도 평화추구 방향엔 동의”

해병대 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안철수 후보. 안 후보는 유력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국방의무를 이행했다.

북한이 또 다시 미사일을 쐈습니다. 새해 들어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이 가운데 다섯 번은 탄도미사일, 한 번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순항미사일이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남북 사이에 풀어야 할 한반도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이 중심이 되어 전 세계적 공조로 풀어야 하는 국제문제의 성격이 강합니다.

북한은 미사일을 쏠 때마다 미국을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올해 초 미사일 발사 때 미국이 대북 제제를 거론하자 북한은 “미국이 기어코 이런 식의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 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은 우리나라보다는 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청와대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우려와 유감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평화 프로세스가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반응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도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대화와 외교가 최선’이라며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사실 미국도 북한 미사일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법이 없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때 선제타격을 검토했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선제타격이 사실상의 핵보유국과의 전쟁으로 확산되면 만만찮은 희생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거의 유일한 제재수단인 강도 높은 경제제재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면 한·미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높은 강도로 북한을 압박합니다.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미국을 겨냥하는 것이라 해도 미사일 발사 소식에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시민들은 다음 정부를 책임지게 될 후보들의 안보 의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강력한 유감과 규탄의 뜻”을 밝히며 다른 후보들에게 북한의 긴장조성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제안했습니다. 또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선거 때면 북한 변수 ‘북풍’이 부는 게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곤 했던 것을 떠올린 염려겠지만 선거를 겨냥한 것으론 보이지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과 공조해서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체적 실패라 규정하면서도 한반도의 평화 추구라는 방향에는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뜸 선제타격론부터 거론했던 윤석열 후보와는 다른 반응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에서 비교적 온건합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해법을 고민했다는 점입니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북한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미사일을 6배나 많이 쏘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양 정부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 횟수는 비슷합니다.

이제 곧 TV 토론을 하게 되면 현안에 대한 후보의 생각과 해법을 묻고 답하게 될 겁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소양이 있는지 판단하게 되겠지요.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시대적 과제를 제시하는 능력,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능력, 제도관리 능력과 인사를 제대로 할 능력 등입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반도평화 관리능력입니다. 강경하게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고 평화를 유지해 나갈 실현가능한 해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반도평화가 우리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기에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책을 마련하는 외교능력도 필요합니다. TV 토론에서 이런 것들이 논의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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