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46] 정당들 이합집산과 단일화

1990년 오늘 3당합당 당시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왼쪽부터)

한국정당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당의 수명이 짧고 이합집산이 잦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 후보가 출마한 정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정당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바로 2013년에 등장한 정의당입니다. 그 다음으로 오래된 정당은 2015년에 등장한 더불어민주당이며,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2020년에 등장했습니다.

정의당은 2012년 창당한 진보정의당이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진보정의당은 통합진보당 부정경선사건 이후 통합진보당에서 떨어져나온 세력이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결성한 정당입니다. 진보정의당에는 국민참여당 출신의 참여당계, 자주파 세력의 인천연합계, 평등파 세력의 새진보통합연대계 등이 합류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4년 창당된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대표가 탈당한 뒤에 새롭게 바꾼 당명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1당이 된 뒤, 2017년 제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했습니다. 또 민주당(2016), 더불어시민당(2020), 열린민주당(2022)을 합당형식으로 흡수했습니다.

국민의힘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정당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 향한 전진4.0과 합당하면서 바꾼 새 이름이 국민의힘입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1997년 제15대 대선 때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통합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박근혜 탄핵 이후 바른신당이 떨어져 나간 뒤 다시 바꾼 이름이었습니다.

연원을 따지면 1997년 한나라당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름이 계속 바뀌고 정당과 정파들의 이합집산도 계속되다 보니 국민의힘은 가장 늦게 만들어진 정당이 된 것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3당합당으로 등장한 민자당, 그리고 신군부가 만든 민정당까지 국민의힘의 뿌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1990년에 민정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통합을 선언한 날입니다. 1988년 4.26 총선에서 민정당-평화민주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4당체제가 확립되고 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었습니다. 그러자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만들기 위해 2년 만에 여당인 민정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손잡은 겁니다.

3당합당이 이합집산의 나쁜 사례로 욕을 먹는 것은 호남을 포위하는 비호남 지역연합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야당이 투쟁대상이었던 여당 권위주의 세력과 손잡았고, 부적절한 밀실야합으로 시민이 선거에서 준 표심을 뒤집었기에 비판을 받았던 것입니다.

국민의당도 우여곡절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새정치연합(2014) 창당을 추진하던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2014)의 공동대표가 되었다가 탈당한 뒤 국민의당(2016)을 만들었습니다. 제19대 대선에서 3위로 낙선한 뒤 바른신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2018)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국민의당은 2020년에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선거 때가 되면 정당들의 이합집산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합집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권력재편의 기회이므로 정치세력의 재편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권자인 시민의 뜻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후 안철수와 문재인

정치 구도가 불안정해서 선거국면을 맞아 어느 정당, 어느 후보도 혼자 힘으로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이해관계를 따져서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단일화 추진도 철새정치인의 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대선은 아직까지는 정당 간의 이합집산이 다른 대선보다 적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단일화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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