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49] 시대정신·조국의미래·삶의질 향상에 대한 비전이 핵심
한동안 흔들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요받고 후보교체론까지 나왔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논란은 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나 ‘병사 월급 200만원’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한 한줄공약이 효과적이었다고 국민의힘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윤 후보의 한줄 선거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용어에 ‘가짜 새벽(false daw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경제가 호전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윤석열 후보에게 지금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주저앉을 가짜 새벽일까요? 아니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밝아오는 아침을 맞게 될까요? 일차적으로 윤 후보에게 달려 있습니다.
첫 번째 고비는 설 연휴 이재명 후보와의 1대1 TV 토론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커다란 실수 없이 자신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준다면 이재명 후보와의 1대1 선거구도가 유지될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1강(이재명)-2중(윤석열, 안철수)이나 2강(이재명, 안철수)-1중(윤석열) 또는 3강 구도 아래 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 고비는 잠잠해질 만하면 터지는 본부장 리스크의 해소입니다. 본부장 리스크는 이미 지지율에 반영이 되었고, 검찰이 수사를 미적대고 있어 지금은 잠잠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장모의 양평 땅 개발 관련 의혹, 검찰총장 시절 윤 후보의 권한 오남용은 밝혀지면 파괴력이 클 겁니다.
전파를 탄 ‘7시간 통화 녹취’의 ‘일부’는 국민의힘이 우려했던 것만큼 타격이 크지 않았습니다. 녹취 내용의 ‘일부’가 또 방송될 예정이지만 이미 많은 시민은 녹취내용에 흥미를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무속인이 캠프 업무 전반에 관여해 왔다는 ‘무속인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보다 충격이 크지 않을 겁니다.
“국가운영을 어떻게 무속인에게 의지하려 하느냐”, “제2의 최순실이 될 것이다” 말들이 오가지만 아마도 시민들은 쉽게 잊어버릴 겁니다. 비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본질적인 사소한 문제가 뜻밖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속인이 활동하던 네트워크 본부를 윤석열의 결단이라며 해산시켰고 이 문제는 가라앉게 될 겁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습니다. 비호감도가 가장 높고, 지지자들 가운데에도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민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건 정권을 심판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입니다. 본부장 리스크가 사실로 드러나 윤 후보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가 깨진다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게 될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후보의 약점이 될 만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이라도 비판하려 합니다. 그러나 손바닥 ‘왕’자, 무속인논란, 줄리논란이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은 미미합니다. 7시간통화 녹취도 마찬가지입니다. 범법이나 불법이 새롭게 드러나면 모를까, 녹취공개로 드러난 것들에 대한 윤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은 ‘그게 어때서’ 정도입니다.
이번 대선의 의의를 ‘닥치고 정권심판’, ‘무조건 정권교체’에서 찾고 있는 시민이 ‘정권유지’, ‘정권안정’에 두고 있는 시민보다 많습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 벽을 넘지 못하는 박스권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후보의 장점을 몰라서 싫어하고 윤석열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상대를 어떻게 한 방에 날릴까 애써도 소용이 없습니다. 제2의 ‘최순실 태블릿’은 없습니다. 누가 시대정신과 대한민국의 미래,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고민을 비전으로 제시해 차별성을 보이느냐에 시민들은 공감할 겁니다. 기후위기 극복, 내집마련, 좋은 일자리창출 정책과 공약을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