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52] 윤석열의 한줄 선거운동···“닥치고 정권 심판”?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줄 공약

윤석열 후보가 이른바 ‘한줄공약’ 놀이에 맛을 들인 것 같습니다. SNS에 한줄을 올리면 아무 설명이 없어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없어도, 언론이 알아서 보도해주고 언론인들이 알아서 해석해주고 하는 게 재미가 있나 봅니다. 한줄만 쓰면 되니 내용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줄만 쓰니 실언할까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윤석열 후보가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줄을 올렸을 때 남성이용자 비율이 매우 높은 인터넷 커뮤니티인 남초 커뮤니티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가부 폐지가 공약이냐고 물어보는 기자에게 윤 후보가 그렇다고 대답했을 겁니다. 그런데 윤 후보는 남초 커뮤니티에 여성혐오 성 게시물이 많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요?

“병사월급 200만원”이라는 한줄을 올리기 전에 윤석열 후보가 고민을 얼마나 했을지 궁금합니다. 홍준표 의원은 ‘그 공약 헛소리’라는 여섯 글자 한줄로 평가절하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청년의 표를 사려는 행위”라면서 이재명 후보와 묶어 ‘쌍포퓰리즘’이라 비판했습니다. 윤 후보가 200만원은 부사관 월급보다 많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이라 주장하면서 발사체를 잇달아 동해상으로 쏘았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선제타격론을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대화와 외교가 최선’이라며 대화를 촉구한 미국과 결이 달랐습니다. 대북 선제타격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대상으로 하는 건데, 성공가능성이나 후유증을 윤 후보가 꼼꼼히 따져보기는 했을까요?

미국도 선제타격을 가한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2002년 부시 대통령 때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거론됐지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선제타격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고, 희생이 클 것이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제타격론이 금기어는 아닙니다. 군사적으로는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또 필요하면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선제타격은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전쟁을 막을 책무가 있는 대통령은 선제타격을 결정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선제타격밖에 길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위험합니다. 북한을 향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국제사회와 손잡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선행노력 없이 선제타격부터 거론하면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높아집니다. 선제타격의 정치적 공론화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의 메시지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은 윤석열 후보의 투철한 안보의식과 북한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릅니다. ‘멸공’ 메시지에 열광하거나 ‘멸공 챌린지’에 동참한 이들은 잘했다고 ‘엄지 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선제타격론부터 거론한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다시 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다섯 글자짜리 한줄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이 메시지 역시 언론이 친절하게 해석했습니다. “안보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는 메시지인 것으로 읽힌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여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포석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후보의 생각을 제대로 짚은 해석일까요?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았던 윤석열 후보로서는 선대위 해산 이후 시작한 정책을 담은 한줄 메시지가 유용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깊은 고민도 필요 없고 실언의 우려도 없이 SNS에 한줄만 올리면 되니까요. 그러고 보니 요즘 윤 후보의 발언과 공약도 “닥치고 정권 심판” 이렇게 일곱 글자 한줄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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