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51] ‘DJ 적자’ 장성민, 윤석열을 ‘준비된 대선후보’라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장성민 전 의원은 ‘DJ 적자’로 불립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나 장성민 이름 앞에는 언론들이 으레 ‘DJ 적자’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30대 후반의 나이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지만 김 대통령의 철학과 정신을 이어받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성민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생존시에 이미 다른 길을 걸었던 정치인입니다. 또 장 의원은 ‘5.18 광주 북한군 투입설’의 진원지이기도 합니다. 종편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 600여명이 침투했다’는 탈북자의 거짓증언을 여과 없이 방송했던 겁니다. ‘DJ 적자’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의 당무위원이던 장성민 전 의원이 제15대 대통령선거 때 김대중 후보에게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으로 시민들이 망연자실했던 당시 시의적절한 구호였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대통령이 되니 나라와 시민이 고통을 겪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첫 도전 26년 만에 3전4기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준비된 대통령’이었다는 데 대한 반론은 거의 없습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는 지금도 활용됩니다. 이재명 후보는 후보수락연설에서 자신이 ‘준비된 대통령’이며, 경기도 지사 재임 중 “지킬 약속만 했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켰다. 공약 이행률 평균 95%가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준비된 대통령’ 구호는 반대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나왔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의정활동과 제19대 대선을 통해) 검증된 후보인 자신만이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한 겁니다. 자신이 검증받고 준비되었다는 건 정치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윤석열 후보가 능력과 자질이 부족함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준비가 안 되었음은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을 언급하면서 “화끈하게 예타 면제”를 약속했습니다. 이미 특별법에서 ‘예타 면제’의 길을 열어두었다는 걸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길은 열렸지만 실제로 예타 면제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이미 여러 차례 질타를 받았고, 지지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윤석열 후보의 거친 태도와 막말은 그치지 않습니다. 성난 표정으로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무식한 3류 바보들’, 공수처는 ‘미친 사람들’, 이재명 후보는 ‘중범죄가 확정적’이며 ‘같잖다’고 말합니다. 상대를 할퀴듯 하는 독설이 자신의 품격을 깎아내린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노동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던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일자리 파괴정부’라고 거칠게 몰아부칩니다. ‘일자리 화장술’ ‘문재인 정부의 민낯’ 따위의 자극적인 표현이 지지자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부동층까지 끌어들이려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등에 업고 후보가 되었고, 자신을 둘러싼 적지 않은 논란에도 여전히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문재인 정부 비판은 매우 효율적인 선거운동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닥치고 정권 심판’에 호응하지 않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비판을 넘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권교체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국민의힘에 들어간” 장성민 의원이 윤석열 후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와 시민이 고통을 겪을 터”인데, “정권교체라는 호랑이를 잡겠다”고 국민의힘에 들어가 윤 후보와 원팀이 된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뭐라고 평가할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