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53] 이재명-윤석열 양자토론, 누구에게 유리할까?
윤석열 후보가 드디어 “중범죄가 확정적”인 “같잖은” 이재명 후보와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서게 되었습니다. 선대위를 해산하면서 TV 토론을 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토론에 합의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합동초청토론회 형식으로 설 연휴 전에 국정 전반 모든 현안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자 토론을 요구했고, 정의당도 반발했지만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간의 1대1 TV 토론이 빠르게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TV 토론은 또 추진할 수도 있으니까, 안 후보가 낀 3자 토론, 또는 심상정 후보까지 낀 4자 토론은 따로 하면 됩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에 하는 법정토론이 아니니 1대1 토론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윤석열 후보는 “국민 앞에서 이재명 후보의 실체를 밝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TV 토론을 회피하던 윤 후보가 적극적인 태도로 바뀐 건 떨어진 지지율을 높일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보입니다. 설이 되기 전에 안철수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재명 후보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 아닐까요.
이재명-윤석열 맞대결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고 윤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이 후보는 국정 현안과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윤 후보는 “연기만 해달라” “가만히 있으면 이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실책이 많았습니다. 정책 이해도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TV 토론은 잘 짜인 드라마가 아닙니다. 후보들의 답변 내용과 태도 등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질 각본 없는 드라마입니다. 매끄러운 답변을 능력 있는 것으로, 어눌한 답변을 능력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말만 잘하면 신뢰할 수 없다거나, 어눌해도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평가하는 시청자도 있을 겁니다.
정책 토론이지만 답변 내용보다 태도가 시청자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TV라는 매체의 감상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시청자들이 토론 내용보다 후보의 외모나 화법 따위의 이미지에 더 크게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정책보다는 말솜씨나 순발력, 매너 등 비본질적인 면에서 후보들간의 우열이 드러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대 후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지,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 후보의 답변을 진지하게 듣는 것처럼 보이는지, 냉소적인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따라서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집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나 지지율에는 자질 부족과 거친 태도, 막말, 불통, 리더십 부재, 부인 등 가족의 리스크가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1대1 토론에서 결정적 실책만 하지 않는다면 비호감도가 더 높아지거나 지지율이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중간만 해도 평가가 좋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비호감이거나 윤리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는 시민들도 이 후보의 정책 능력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윤 후보와의 토론에서 작은 실수 하나라도 비호감도가 높아지거나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잘해야 본전이고, 혹시 실수를 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 연휴 전 1대1 TV 토론에 합의했지만, 토론의 진행방식과 절차 등 세부사항 논의 과정에서 두 당이 팽팽하게 맞설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모처럼 마련된 토론의 장이 하루라도 빨리 실현되어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합니다.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 능력, 도덕성 등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