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55] 윤석열, 중도·합리적진보·’바꾸자 민심’ 모두 놓쳐
선거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집니다. 이재명 후보는 30%대에 갇혀 있는 지지율 박스권에서 벗어나 다른 후보들을 멀리 따돌리고 1위를 굳히려 애쓰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 후보를 추월하는 숙제가 주어진 윤석열 후보는 60대 이상의 지지 다지기와 2030세대의 지지 회복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상승세를 이어가 윤석열 후보를 제치고 이재명 후보와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전제로 단일화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심상정 후보는 지지율이 계속 정체되어 있는 ‘심각한 상황’에 선거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진보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기에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고민은 정권교체론이 높다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보편적으로 야당의 선거 캠페인은 ‘바꾸자’에 초점이 맞춰지고 여당 후보는 ‘바꾸지 말자’를 강조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지만 ‘바꾸자’는 민심이 더 강한 건 이 후보에게 불리한 조건입니다.
정권교체론이 높은 건 윤석열 후보에게는 좋은 조건입니다. 30대 대표의 등장 등 국민의힘이 혁신의 모양새를 보였고,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압승을 했습니다. 그러나 윤 후보 지지율은 늘 정권교체론보다 낮았고, 마침내 이 후보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후보의 자질과 약점이 ‘바꾸자’는 민심을 다 끌어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바꾸자’는 민심에 기대어 사상최대 표차로 당선되었습니다.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도곡동 땅 문제, BBK 문제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검증과정에서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선거법위반으로 국회의원직 박탈 전력, 황제테니스사건, 서울시 봉헌발언, 히딩크 사진사건 등 결코 작지 않은 윤리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런 결함에 시민들이 관대했던 건 과장된 경제위기론에 시민들이 이명박 후보의 경제능력을 믿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 확대, 일자리 창출 부진, 부동산 폭등 등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 성장률의 절반에 그친 일본을 칭찬하면서 보수족벌언론은 OECD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우리 경제를 위기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MB 중간평가라 불렸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습니다. 참여정부 때의 2006년 지방선거때 압승했던 한나라당의 참패는 대통령 취임 후 무리한 4대강사업 추진, 자원외교의 실패 등 숱한 문제가 드러나 형성된 ‘반(反)MB’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바꾸자‘는 민심이 강했지만 그 민심을 야당은 끌어안지 못했습니다.
세종시 이전 문제 등에서 드러나듯이 줄곧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여당 내 야당’의 이미지를 만든 박근혜 의원에게 ‘바꾸자’는 민심이 쏠렸습니다. 안철수 신드롬의 주인공 안철수 후보는 ‘바꾸자’는 민심을 흡수하지 못해 중도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문재인 후보도 끝내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들이 간혹 나옵니다. 당내 비판을 받았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는 강경지지자들을 의식해 더 세게 못할 뿐 모두 ‘바꾸자’ 민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 멸공 챌린지, 선제타격론 등은 지지율 높이기에 별 효과가 없는 잘못된 처방입니다. 윤 후보는 선대위 발대식 때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윤 후보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는커녕 ‘바꾸자’ 민심조차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걸어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