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58] 윤석열-안철수 누가 주인공 또는 캐스팅보터?

 

마주보며 인사하는 윤석열과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상승세가 제법 가파릅니다. 어제(9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15%를 넘었습니다. 아직은 3위에 머물고 있지만 야권 단일후보 적합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앞질렀습니다. 윤-안 단일화가 되면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더 큰 차이로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었습니다.

아직은 제3후보에 머물고 있지만 안철수 후보가 이 기세를 이어가 윤석열 후보를 제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안 후보의 상품성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갔다기보다는 윤 후보가 본인의 능력 부족과 부인 허위경력논란, 당내 갈등으로 흔들리면서 안 후보가 그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더 떨어지고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계속 오른다면 윤-안 단일화 논의가 힘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일화되면 이재명 대 윤석열 또는 이재명 대 안철수 구도가 형성될 겁니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이-윤-안 3자 구도가 될 겁니다. 이재명 대 안철수 구도가 이뤄지고 윤 후보가 뒤쳐질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를 못 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안철수 후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것이 윤석열 후보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겁니다. 당연히 대선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믿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는데, 2위도 못 되고 캐스팅보터에 머물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게 당황스럽기도 할 겁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멸공’,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했지만 아직 구체적 대안도 없는 윤석열 후보가 내세운 화두입니다. 젊은 남성 지지층을 다시 끌어오고, 지지율 버팀목인 60대 이상 전통 지지층을 붙잡아 두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율 하락을 막고 안철수 후보의 추격세를 꺾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엿보입니다.

대선 출마자들, 특히 유력 주자들은 모두 ‘킹’을 꿈꾸고 뛰어듭니다. 그러나 승자는 한 명입니다. 그런데 ‘킹’이 못되는 출마자 가운데 간혹 ‘킹메이커’ 구실을 하는 주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보통 대선은 여당과 제1야당 후보의 대결구도인데 간혹 이 구도를 위협하는 강력한 후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정치불신을 자양분으로 해 기세를 올립니다.

이들을 일컬어 제3후보라 하는데 제3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자신이 당선되기에는 부족하지만 제1후보나 제2후보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는 있는 적당한 득표에 머무른 제3후보를 ‘킹메이커’나 ‘캐스팅보터’라 부르기도 하는데 결국은 들러리였을 뿐입니다. 킹메이커나 캐스팅보터를 하려고 출마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대표적 제3후보는 1997년 제15대 대선 때 3위로 떨어진 이인제 후보입니다. 여당 후보인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사상 최소표차(29만표, 1.6%)로 떨어졌습니다. 대선 직전 IMF 구제금융을 받은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고, 아들의 병역비리도 영향이 있었지만 결정적 요인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독자출마였습니다.

이인제 후보는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떨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병역비리 논란으로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급락하니까 후보교체를 요구하다가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만들어 독자출마를 했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받은 493만표(득표율 18.2%)는 당선에는 매우 부족했지만 이회창 후보를 떨어뜨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인제 후보는 출마 초기에는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김대중 후보와 팽팽하게 접전을 벌였습니다.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당선된다”는 구전홍보에 이어 ‘경선불복’이라는 언론 보도 때문에 결국 3위에 머물렀습니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가운데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다면 3위의 후보는 본의 아닌 캐스팅보터가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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