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62] 2030서 안철수에 밀린 윤석열, 선대위 해산 이후

안철수(왼쪽) 후보와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선대위가 해산되었습니다.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한 달 만에 잡은 손을 놓았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 후보의 정치적 판단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자진사퇴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물러나고 선대위가 해산된 이후 선거운동을 총괄할 책임자로는 윤 후보 영입에 앞장섰던 권영세 의원이 선정됐습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가까운 정태근 정무실장, 금태섭 전략기획실장 김근식 정세분석실장 등도 불통을 강조하며 함께 물러났습니다. 이들은 색깔론이나 지역감정자극 등에 대한 조언을 듣지 않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후보에게서 떠나는 이들과 캠프 측의 사태의 본질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 보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후보의 미숙함과 캠프의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승산이 없다며 전면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메시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후보는 연기만 해달라는 요구까지 한 건 이 때문입니다. 물론 이걸 대외적으로 공개한 건 잘못된 조치로 후보와 갈라서는 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모든 잘못이 자기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측근 가운데는 지지율 하락 원인을 김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 탓만 하는 건 윤 후보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밖으로 도는 이 대표를 끌어안지 못하고 내부 문제를 방치한 윤 후보의 리더십 부족이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이준석 대표 탓이라고 하면 이 대표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걸 인정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대표를 끌어안았어야 합니다. 통합을 내세워 반대 진영에 있던 이들도 끌어들이면서 같은 진영에 있는 이들을 끌어안지 못하는 걸 지지자들은 어떻게 바라볼 지 생각해야 합니다.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존슨이 자신을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을 각료에 임명하려 하자 측근들이 말렸습니다. 존슨은 이렇게 설득했다고 합니다. “저 꼬마를 그대로 놔두면 계속 우리를 향해 오줌을 쌀 걸세. 우리 캠프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밖을 향해서 오줌을 싸지 않겠나? 적어도 우리를 향해 오줌을 싸지는 않을 걸세.”

이준석 대표도 김종인 위원장도 최종 목표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통한 정권교체입니다. 윤 후보가 낙선하면 당연히 당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 있는데 윤 후보를 떨어뜨리려 행동하겠습니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윤 후보가 불편해 한다는 것 때문에 이 대표에게 미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 박근헤 대통령은 그 책임을 해경에 물어 해경을 해체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7시간’으로 상징되는 세월호잭임 문제로 시달렸습니다. 선대위 해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막말이라든지, 자질과 능력, 본부장 리스크 등 윤석열 후보에게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해산으로 지지율이 오른다면 그건 선대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의 문제제기가 옳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던 시간에 2030 젊은 세대 대상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3위로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안철수 후보에게도 밀렸습니다. 윤 후보가 더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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