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60] 안철수-윤석열 단일화 열쇠는 누가?

태극기에 경례하는 안철수(왼쪽) 윤석열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출마선언 이후 5% 안팎에서 정체상태이던 안 후보 지지율이 최근 10%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2030 젊은 세대 대상의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후보를 제치기도 했습니다. 윤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면 안 후보가 이재명 후보한테 이긴다는 여론조사도 있었습니다.

쇄신을 다짐하면서 선대위를 해산했고,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일단 해결했지만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회복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윤 후보에게 실망한 민심이 안철수 후보에게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후보교체론도 여전합니다. 이재명 후보를 꺾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안철수 후보의 완주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안 후보는 선거 때마다 철수했다는 비아냥, 출마를 할지 말지 간만 보고 행동은 주저한다는 간철수라는 아름답지 못한 별명을 떼어버리고 싶을 겁니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안 후보는 간철수라는 별명은 국정원 공작이라고 주장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입니다. 당시 안 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서울시장 출마를 말한 적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출마가능성을 보도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많은 시민의 지지가 쏠렸던 것입니다. 뜻밖의 높은 지지에 안 후보는 고민하다가 박원순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것을 안철수-박원순 단일화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출마를 선언했던 것이 아니므로 단일화라기보다는 박원순 지지선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아름다운 양보’(?)를 한 안 후보는 단숨에 유력한 대통령후보로 부상했습니다. 안철수 바람이 한국정치의 새판을 금방이라도 짤 것처럼 강하게 불었지만 안 후보는 아직까지도 ‘만년유망주’에 머물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한국정치나 서울시정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견해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직접 나서서 고쳐보겠노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정치적 기대를 걸었던 셈이니, 한국정치의 불안정성, 비정상성이 안풍을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안철수 신드롬’은 있었으나 아직까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인 안철수’는 없습니다.

당시 안철수 신드롬의 지지기반은 둘이었습니다. 첫 번째 지지기반은 20,30대의 젊은 층입니다. 사회로 진출했거나 준비 중이지만 앞길이 보이지 않아 일자리도, 결혼도, 내집마련도, 출산과 양육, 그리고 자녀교육 어느 것 하나도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이들에게 안철수는 ‘정신적 멘토’였던 것입니다.

두 번째 지지기반은 초중고 자녀를 둔 30,40대 학부모들입니다. 냉혹한 사회현실에서 안철수는 내 자녀가 저렇게 되었으면 하는 훌륭한 역할 모델이었습니다. 안 후보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정계에 입문한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는 출마를 선언했다가 사퇴했고, 2017년 대선에서는 3위에 그쳤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만에 하나 단일화가 이뤄져도 그것은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일 겁니다. 다른 후보로 단일화되어 안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3전4기로 70대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이 낮아지고 교체론이 나오는 등 윤석열 후보가 흔들리는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안철수 후보는 생각할 겁니다. 이재명 후보도 1위지만 지지율이 40%를 못 넘는 이른바 박스권에 갇혀 있어 확장성이 없지만 유리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안 후보는 끝까지 완주할 것이며, 따라서 단일화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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