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61] 윤석열-이준석 극적 화해···’진정성 있는 소통’이 관건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수습되어가는 양상입니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극적으로 화해해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 대표 사퇴 요구로 격앙됐던 의원총회는 박수로 끝났습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순직한 소방관들을 조문하러 평택 화재현장을 함께 찾았습니다.
언제 다시 갈등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임시 봉합인지,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완전 해결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한달 전 ‘울산회동’도 극적인 화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한 것처럼 보였지만 한달도 안 돼 갈등이 재발했습니다. 측근의 호가호위를 막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땜질식 처방이었기 때문입니다.
울산회동도 이번 2차 화해도 패턴은 똑같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고, 윤석열 후보는 나 몰라라 하고, 이 대표가 항의의 뜻으로 밖으로 돌고, 갈등이 커진 다음에야 윤 후보가 우리는 하나라며 이 대표를 끌어안는 수순입니다. 결국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소통을 제대로 했다면 생기지 않거나 쉽게 풀 수 있는 갈등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화해한 것만으로는 지지율이 원상회복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지지율이 잠시 동안 어느 정도는 오르겠지만 안철수 후보를 멀리 따돌리고 이재명 후보를 다시 앞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지지율이 한달 사이에 급격히 떨어진 원인은 오롯이 윤 후보 자신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준석 2차 화해 직전까지 지지율 하락에 이 대표 책임론이 강했습니다.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겠지만 이 대표 잘못만은 아닙니다. 잦은 막말, 부인 허위경력논란 대응의 미숙함,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표출된 리더십의 미흡, 토론과 발언에서 드러난 국정 능력과 자질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을 해소시키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입니다.
선대위 전면쇄신을 추진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밀어내는 방식도 거칠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고 했다는 발언에서 드러나듯 후보까지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걸 윤석열 후보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지만 쇄신책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선대위 해산부터 한 건 김 위원장의 도를 넘는 행동에 발끈한 대응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의 문제의식은 이른바 ‘윤핵관’이라 불리는 측근이 윤석열 후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잦은 막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포용력을 갖도록 고언한다든가, 능력과 자질 부족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윤 후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만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측근의 호가호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어야 합니다. 사실이라면 호가호위를 막는 조치를, 오해라면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이해시켰어야 합니다. 직책이 있건 없건 측근들의 호가호위가 계속된다면 선대위를 해산한 의미는 반감되고 말 것입니다.
선대위 해산, 김종인 전 위원장 그늘에서 벗어나기, 이준석 대표와의 화해로 이제는 윤석열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통령후보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다시는 윤핵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측근 관리, 색깔론이나 지역감정 자극발언 자제,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에 적극 대응 등 후보와 당이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이 밖에 있으면 해결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후보의 진정성있는 사과나 인재 영입 등으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선 때부터 드러난 본부장(본인·부인·장모)리스크,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 리더십 등이 이번 선대위 해산과 이준석 대표와의 화해 등으로 반전의 계기가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