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40] 윤석열 후보 법원 결정대로 4자토론부터 응해야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왼쪽부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의 TV토론이 또다시 논란이 되었습니다. 법원이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방송 3사가 법원 결정을 받아들여 양자토론 대신 4자 토론을 열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이 거부했습니다. 방송사 주최가 아니면 문제가 없다며 양자토론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TV토론이 처음 도입된 건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때였습니다. TV 토론이 처음 추진된 건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때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그랬다가 15대 대선 때 처음 TV 토론이 성사되었습니다. 지금은 대선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에서 TV 토론이 의무적입니다.

TV 토론 도입으로 많은 부작용이 있던 대규모 군중동원 방식의 선거운동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연 혈연 학연 등에 기댄 비합리적 선거운동이 비전과 정책 중심의 선거운동으로 바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역기능도 있지만 언론보도에만 기대지 않고 시민이 TV토론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등 순기능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법원의 이재명-윤석열 양자 TV토론 금지 결정은 다소 아쉽습니다. 방송의 영향력, 유권자의 선택권, 유력 후보들의 공정한 기회 보장 등의 고려는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양자토론을 막는 게 최선은 아니었을 겁니다. 양자토론 이외에 4자 토론, 또는 3자 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시민에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어찌됐건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법원 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양자토론을 고집하는 건 설 연휴 전 TV 토론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이기 쉽습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겁하게 4자 토론의 뒤에 숨지 말라”고 한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토론에 소극적이었던 건 시민이 다 압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 결정에 따라 4자 토론도 하고,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양자토론도 하겠다고 합니다. 양자토론은 양당이 법원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따를 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양자토론 뒤에 숨지 말고’ 설 연휴 전 4자 토론부터 법원 결정에 따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게 순리입니다.

올해 초까지도 윤석열 후보는 토론을 꺼렸습니다. 법정선거운동기간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TV 토론 이외에는 하지 않겠다던 윤 후보가 태도를 바꾼 건 선대위 해산 때였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TV 토론에 매달린 겁니다. 그랬다가 지지율이 반등하니까 이제는 TV 토론을 기피할 명분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참 옹색해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양자토론을 고집하는 건 아예 설 연휴 전 TV 토론을 무산시키고 싶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TV 토론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실망하겠지만 양자토론을 핑계로 TV 토론을 피하면 혹시 토론 중에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일화 대상인 안철수 후보와 비교당할 염려도, 이재명-윤석열 양자구도가 흔들릴 우려도 없습니다.

TV토론을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계속 회피하다간 정권교체라는 기댈 언덕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국민의힘은 인식해야 합니다.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는 비호감도가 높아 정권심판이나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민심을 다 끌어안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지율만 믿고 몸을 사릴 때가 아닙니다. 잠복해 있는 본부장 리스크와 무속 논란도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릅니다. 시민들이 TV 토론을 왜 보고싶어 할까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소양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비교하기 위해섭니다. 윤석열 후보가 TV 토론에 나가 식견, 이념, 지도력, 도덕성, 정책, 공약 등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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