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길목 D-37] 윤석열 ‘문재인정권 심판론’ 외에 플러스알파 무엇?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2005년 7월 30일 엄청난 방송사고가 일어났습니다. MBC의 ‘음악캠프’라는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연을 하던 인디밴드의 멤버 가운데 두 사람이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갑자기 바지를 벗어버렸습니다. 이들의 알몸은 재작진이 부랴부랴 화면전환을 시킬 때까지 7초간 전파를 탔습니다. 관객들과 TV 시청자들이 돌발상황에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알몸노출 공연의 여파는 매우 컸습니다. 알몸노출 당사자들은 업무방해와 공연음란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음악캠프’는 폐지되고 MBC 예능국장은 물러났습니다. 그때 물러난 예능국장이 지금은 이재명 후보 캠프의 홍보소통본부장인 김영희 피디입니다. 그리고 모든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은 5분 지연방송을 하게 됩니다.

인디밴드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져 인디밴드들은 방송 출연이 금지되었습니다. 인디밴드들의 주 활동무대이던 홍대 앞 클럽들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습니다. 다음날 한 족벌보수언론이 알몸노출사건을 다루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런 일이 벌어져…” 식으로 보도한 겁니다.

알몸 노출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우발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느닷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다 붙인 겁니다. 당시 족벌보수언론들은 노 대통령을 깎아내리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모든 부정적인 건 다 ‘노무현 탓’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알몸노출 사건까지 노 대통령과 연관시킨 건 참 치졸한 짓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리기’는 2007년 정권교체로 이어졌습니다. BBK 문제, 다스 문제 등 많은 약점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했지만 정동영 후보는 시민의 노 대통령 부정적 평가라는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재명 후보를 상대하기보다는 정권교체 민심에 기댄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로 정권교체민심을 끌어모으는겠다는 전략인 겁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정권유지론보다 정권교체론이 강합니다. ‘이재명 네거티브’보다 ‘반문재인’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이 후보에게 ‘대장동 비리’와 ‘형수욕설 녹취록’이 리스크라면 윤 후보에게도 ‘본부장 리스크’와 ‘부인 7시간 통화 녹취록’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후보의 약점이라던 ‘대장동 비리’에 윤 후보의 연관성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호감도도 이 후보보다 윤 후보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안철수 후보가 자꾸 거슬리고, 심상정 후보도 있지만 윤석열 후보가 맞서 싸워야 할 주상대는 이재명 후보입니다. TV 토론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듯이 윤 후보는 이 후보와 직접 맞붙는 것을 꺼립니다. “중범죄자가 확정적인”인 “같잖은” 이 후보와 토론을 하면 “싸움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없어 그러는 것처럼 보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잊고 있는 게 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권심판론만으로 이긴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당시 족벌보수언론들이 퍼뜨린 경제위기론을 믿은 시민들이 현대그룹 CEO 출신인 이 후보가 경제를 살려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도 정권심판론만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회고적 판단도 하지만, 새 대통령이 잘 할 것인가 하는 전망적 판단도 할 겁니다. 회고적 판단으로는 윤석열 후보가 유리할 수도 있지만 전망적 판단으로는 이재명 후보가 유리할 겁니다. 시민들은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회고적 성향보다 전망적 성향이 강해질 겁니다. 심판 대상인 문재인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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