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35] 이재명-김동연 토론에 거는 기대
오랜만에 맞이한 눈 내린 설날이었습니다. 새해 첫 날인 설날에 내리는 눈을 서설(瑞雪)이라 부른다지요.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보면 “눈이 내리면 마음이 풍성해지고 기쁨이 넘칠 뿐만 아니라 쌓인 눈이 온 땅을 덮어 보리싹을 비롯한 농작물이 얼어 죽지 않게 보호해 주니 풍년이 들 것이라 믿었”기에 상서롭게 여겼다고 합니다.
새해 첫 날의 서설을 보면서 올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바라는 상서로운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큰 바람은 2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지긋지긋한 ‘코로나 19’ 상황을 벗어나는 일이겠지요. 또한 선거의 해이므로 새 시대를 열어갈 ‘좋은 대통령’과 ‘좋은 지방정치인’을 제대로 뽑는 일도 중요합니다.
나를 대신하여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그리고 내 고장 살림을 잘 꾸려갈 ‘좋은 지도자’는 ‘공인이 될 자격’을 갖추어야 하며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후보들이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외치고 있지만,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에서 드러나듯이 누가 더 좋은 후보인지 고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정권 심판을 하고, 그래도 잘했다고 본다면 정권 안정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겠지요. 모든 선거는, 특히 전임자가 출마하지 않는 대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잘못에 대한 네거티브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다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아 네거티브가 매우 거셉니다. 거기에 상대가 비호감도 높은 윤석열 후보이다 보니 네거티브가 더욱 기승입니다. 네거티브를 멈추려면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민들이 후보들의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정책을 강조하지만 후보들의 정책은 시민의 눈에는 변별력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도 ‘따옴표 저널리즘’에 빠져 좋은 공약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중계하듯이 보도하다보니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시민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는 TV토론은 논란만 무성하고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저녁 대선후보 간 첫 토론이 드디어 열립니다.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의 양자토론입니다. CBS 주관으로 라디오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된다고 합니다. 지지율 1, 2위 간 토론도 아니고, 4자 토론에도 거론되지 않는 후보와의 토론이고 지상파 중계도 없지만 첫 토론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지지율이 낮아서 시민과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김동연 후보가 어떤 정치인인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시민들은 잘 모릅니다. 정책능력을 내세워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만큼 네거티브 공세보다는 정책 경쟁에 주력했습니다. 그런데도 보도가 잘 되지 않아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겁니다.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의 토론은 상대의 약점을 헐뜯는 네거티브보다는 자신의 정책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포지티브 정책토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과정에서도 자료지참 여부나 토론주제 등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김 후보로서는 무명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물결의 주장처럼 정권안정이냐 정권교체냐의 양자택일보다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지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김동연 후보는 네거티브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정책으로 차별성을 보이려 할 겁니다. 첫 토론이 정책 경쟁의 모범을 보여 다음 토론들도 정책토론 위주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