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27] 호남에 공들이는 후보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후 안철수와 문재인. 이들은 2016년 총선(안철수) 2017년 대선(문재인)에서 각각 호남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진 뒤 한발 비켜 서 있던 이 대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지율이 30%대에 묶여 있는데다 최근 ‘부인 과잉 의전 논란’으로 고전중인 이재명 후보로서는 이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분위기 쇄신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낙연 위원장의 선대위 첫 공식 업무는 이재명 후보의 ‘부인 의전 논란’에 대한 대응방식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억지스럽게 변명하지 않겠다.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죄드리겠다”고 당관계자들의 헛발질로 더 악화된 여론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 후보 부인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이낙연 위원장은 자꾸 구설을 만들어내는 SNS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선거 조직과 구태의연한 운동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후보 부인 의전 논란’부터 해결하려 한 건 중도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러나 이낙연 위원장의 가장 큰 과제는 전통 지지층의 결집일 겁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0%대에서 맴돌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도 낮습니다. 이른바 친문 지지층과 호남의 민주당 지지층이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전남지사를 지냈고, 경선에서 친문과 호남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이낙연 위원장의 역할이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호남 지역은 민주진보진영의 든든한 지역적 정치기반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때 광주와 전남·북에서 각각 97.3%, 94.6%, 92.3%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2002년 제16대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광주와 전남·북의 득표율이 각각 95.2%, 93.4%, 91.6%였습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때 떨어지기는 했지만 정동영 후보는 광주와 전남·북 득표율이 80% 수준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가 채 안됐습니다. 제18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보다는 높지만 득표율이 10%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보다는 약간 낮은 90%대였습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었지만 제18대 대선보다 호남 득표율이 낮아졌습니다. 광주와 전남·북 득표율이 각각 61.1%, 64.8%, 59.9%였습니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안철수 후보에게로 옮겨갔습니다. 안 후보는 30.1%, 23.8%, 30.7%의 득표율을 나타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겨우 1.6%, 3.3%, 2.5%에 머물렀습니다.

호남 지역이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따르는 민주당계 후보들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냈던 것은 아닙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와 전남·북 28개 선거구 가운데 25곳에서 졌습니다. 광주에서는 8곳 모두 졌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만든 국민의당이 광주 8곳 포함 23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눌렀습니다.

제20대 총선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민의 ‘순차적 심판’이 이뤄진 선거였습니다. 온 나라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해 1차 심판을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참패했고, 1당의 자리까지 내주었습니다. 광주와 전남·북의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의 독선과 독주를 막지 못한 무능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2차 심판이었습니다.

호남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차 심판을 받으면서 국민의당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처럼 호남 지역의 지지는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아닙니다. 이걸 정확히 인지하는 게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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