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24] 기후위기 단일 주제 TV토론 기대

빙하 위에 떠있는 북극 곰.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는 해마다 엄청난 규모로 녹아 흐르고 있다.

2020년 오늘 호주 정부가 2019년 9월 이후 6개월 넘게 11,000곳 이상에서 타올랐던 산불이 꺼졌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온갖 방법을 써도 꺼지지 않던 산불은 일주일 동안 400mm 넘게 내린 폭우로 겨우 꺼졌습니다. 6개월 동안 남한보다 넓은 11만㎢의 땅이 불타면서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불타 죽었고 코알라는 멸종 위기에 놓였습니다.

기후가 ‘변화’하는 단계를 지나 ‘위기’ 상황임을 보여주는 산불은 호주에서만 타오른 게 아닙니다. 터키, 그리스, 시베리아,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 타오르고, 폭염 혹한 폭우 홍수 등이 휩쓸고 있습니다. 소말리아는 메뚜기떼 창궐로 식량이 부족해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도 일종의 기후위기의 일환입니다.

어느 사이엔가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말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제 ‘기후변화(climate change)’란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나 ‘기후비상사태(emergency)’ ‘기후실패(breakdown)’를 씁니다. 기후는 늘 변하는 것이라 ‘기후변화’란 말로는 상항의 급박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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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도 기후위기를 강하게 경고하는 과학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IPCC는 최악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파리협약 합의인 1.5℃ 이내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에 착수해 2050년 이전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연간 7.6% 수준을 감축해야 2030년 절반 이상 감축,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성해집니다.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배출 중립선언’을 했지만 국제기후평가 기관의 평가는 매우 낮았습니다. 100점 만점에 27점으로 64개국 가운데 59위에 그쳤습니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매우 빈약합니다.

국제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평가했습니다. 석탄발전 퇴출과 정의로운 전환에서는 후보들의 정책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탄소세 도입에 대해 이재명·심상정 후보가 적극적이었고, 에너지믹스 부문에서 이재명·심상성 후보의 재생에너지 중심 공약을 그린피스는 좋게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기후 에너지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 후보가 현 정부 정책의 한계를 넘기 위한 혁신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정책에 대해선 탈원전정책 폐지 등 원전 우선 정책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을 비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윤석열 후보와 비슷하게 탈원전 정책을 폐지해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소형모듈 원자로(SMR) 기술에 기댈 뿐 화석연료 퇴출·재생에너지 확대 부문에선 효과적인 정책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시급한 기후위기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TV 토론에서 기후위기 극복 정책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도 심상정 후보였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추상적인 기후위기 정책 발표에 그치지 말고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공약을 제시해야 합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기후재해를 관리하는 대책도 정책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후보들의 정책에서 개발공약들이 빠지지 않습니다. 신공항 건설, 항만 개발, 메가시티 개발 등 굵직한 정책과 공약들은 자칫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지도 모릅니다. 이런 것들이 꼼꼼히 점검되어야 합니다. 여러 주제를 다뤘던 1, 2차 토론과 다르게 기후위기를 단일 주제로 집중토론을 하는 TV 토론이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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