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22] 공식 선거운동은 정책 경쟁으로
D-22, 오늘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4명입니다. 이들은 시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투표 전 날인 3월 8일까지 22일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겁니다. 이들 가운데에서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가장 좋은 지도자를 찾아내는 건 시민의 몫입니다.
TV 토론에 나온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이외에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있습니다.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와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도 다시 출마했습니다. 최고령 후보는 79세의 김경재 신민주자유연합 후보, 최연소 후보는 41세의 김재연 진보당 후보입니다. 무소속 후보는 없습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부정적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후보들도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노라고 여러 차례 다짐했건만 선거는 더욱 지저분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구둣발 좌석’ 사진에 비판이 쏟아지자 이재명 후보의 오래전 ‘식당 흡연’ 사진이 소환됩니다. 이런 속에서 최선의 후보를 고르라니 시민 노릇하기도 참 힘듭니다.
모든 선거는 시민의 심판과 선택이 이뤄지는 정치적 공론장입니다.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어제에 대해서 심판해야 합니다. 어제 해결하지 못한 당면과제를 오늘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담은 정책을 놓고 선택해야 합니다. 대선의 기본 기능은 마찬가지지만 심판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 더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 바로 내일에 대한 선택입니다.
내집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 결혼과 출산과 양육과 노후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도록 복지를 확대하는 것,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 등이 시민이 선택해야 할 주요 정책일 겁니다. 일자리 정책, 양극화 완화 정책, 교육 정책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후보들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야 그릴 수 있는 ‘큰 그림’입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나갈 ‘새로운 기준(New Normal)’을 만들고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일, 피해갈 수 없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일, 발등의 불인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일 등에 대한 정책과 비전은 후보들의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을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선거운동은 지나간 어제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보의 자격을 따지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희망을 시민에게 주는 자질과 능력은 제대로 짚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정책 경쟁, 비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 좋겠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은 대통령선거 역사에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던 날입니다. 제4대 대통령 선거를 꼭 한 달 앞둔 1960년 오늘 조병옥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선거유세 중 병이 난 조 후보는 미국의 월터리드 육군병원에 입원했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시민의 심판과 선택은 불완전하게 이뤄졌습니다.
야당후보가 선거 중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은 1956년 제3대 대통령선거 때도 있었습니다, 신익희 민주당후보가 호남선 열차 안에서 뇌일혈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졸도 45분 뒤 이리역(지금 익산역)에 도착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민주당 당원들은 당시 유행하던 ‘비 내리는 호남선’을 당가처럼 불렀다고 합니다.
경찰은 신익희 후보 애도하는 노래라며 작곡가와 작사가를 괴롭혔지만 이 노래는 신 후보 별세 이전에 나온 노래였습니다. 한강백사장 연설에 30만 명이 모이는 등 신 후보를 향한 시민의 지지는 뜨거웠습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민심이었습니다. 신 후보가 살았다면 이겼을 거라는 분석들이 많지만 역시 이때도 심판과 선택이 불완전하게 이뤄졌습니다.